언론속의 국민
협주곡, 오케스트라 없어도 한다 / 윤철희 (음악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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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도 피아노 반주자를 구할 때가 있다. 협주곡으로 오디션이나 시험을 봐야 하는 경우다. 반주자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부분을 피아노 악보로 바꿔 연주한다. 이렇게 하면 웅장한 소리는 다소 위축되고 현악기의 느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부분도 많다. 피아니스트 윤철희(41·국민대 교수)씨는 협주곡 연주에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베토벤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시리즈에서 협주곡을 실내악곡으로 바꿨다. 피아노는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함께 6중주를 벌인다. 독주자로서 오케스트라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실내악 악기로 같은 위치에서 연주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협주곡은 항상 큰 오케스트라가 서는 대형 무대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며 “무대는 작더라도 좀 더 많은 청중에게 협주곡을 들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없을 때 대안으로 쓰는 피아노 반주에 만족할 수 없었다. “협주곡의 기본적인 즐거움은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윤 교수는 2년 동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개를 연구, 실내악 곡으로 편곡했다. 작곡가 세 명과 머리를 맞대 새로 곡을 만든 다음 실내악 팀을 모집했다. 서울시향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 등이 의기투합했다. 편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협주곡의 구조를 망치지 않으면서 실내악의 소박함도 살리는 음악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그는 “독주자의 화려한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실내악의 정수로 불리는 6중주의 화음을 얻었다”고 즐거워했다. 그의 기획은 지난해 11월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첫 결실을 맺었다. 400여 석의 작은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협주곡 2~4번을 연주했다. 현악기 주자들은 합주로 연주할 때에 비해 자유롭게 선율을 살려 노래했고, 베토벤 초기 협주곡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부각했다. 여섯 악기의 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17일 오후 7시30분 같은 곳에서 열리는 두 번째 연주회에서는 베토벤 곡 가운데 가장 많이 연주되는 5번 ‘황제’ 협주곡과 함께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실내악으로 바꿔 연주하는 최초의 시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윤 교수는 “수백년 전의 곡들을 예전 스타일 그대로 연주하는 것은 이제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도 청중이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5&aid=00006940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