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디자인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 선정이 열쇠다 / 김개천(스페이스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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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가 21일 국가의 환경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의 프로젝트를 보면 간판, 가로시설물 등 시각적으로 도시의 외관을 아름답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둔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흐름은 도시 외관의 미보다는 그 도시의 문화를 담아내는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 개성적인 문화도시는 대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필수적인 국가의 경쟁력이자 그 사회의 수준과 성취도를 가늠하게 한다. 여러 선진국도 도시의 인위적 환경들로 미래발전전략을 세우며 자신들이 문화민족임을 드러내고 인정하게 만든다. '멋진 영국(Cool Britain)'을 내세운 런던은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경이 만든 '도시의 부흥을 향해'라는 보고서를 받아들여 도시를 디자인했다. 지속 가능하고 보다 나은 문화시설의 개발을 목표로 런던아이(London Eye)나 테이트 모던미술관, 시청, 템스강변 개발 등 여가시간을 위한 매력적인 환경을 창조했다. 파리는 '미테랑 그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신개선문, 국립도서관, 라빌레트공원,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등을 만들었다. 이 같은 공공 건설을 통해 문화와 교육의 장소, 생각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미래형 도시를 만들었다. 우리는 왜 선진국과 같은 도시와 마을을 만들 수 없는가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우리 공무원들이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수십년간 국내외 설계 공모를 통해 분에 넘치게 여러 문화시설을 지어 왔다. 그런데 그렇게 지어진 공공 건축물 중 국제적 이슈를 제시하고 선도하는 건물은 거의 없다. '공정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설계 공모의 결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이라면 이제는 다른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건축과 디자인의 환경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디자인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유능한 디자이너를 선정하면 대부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인수위에서 발표한 지역별 '디자인통합심의위원회' 설치 계획도 좋은 방법이지만 위원회보다는 총괄기획과 디자이너 선정의 역할을 해줄 '마스터 플래너'(총괄디자이너)가 더욱 필요하다. 그 총괄디자이너는 학연과 지연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은 물론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과 미를 보는 안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총괄디자이너를 돕는 전문가와 시민들 간의 협의체 구성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총괄디자이너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특정한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제안할 수는 없으나 조선시대의 관료 임명제도는 지금 보아도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판서들이 추천한 사람들 중 두 사람을 골라 정승들이 천거하면 왕이 그들 중 관료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누구도 독단적으로 선정하지 않게 하면서 추천한 사람은 그 책임도 함께 지게 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집단의 인재 선정방식으로 보면 된다. 인수위측 역시 총괄디자이너 선정이 프로젝트 성패의 열쇠로 보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모든 곳의 디자인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낡은 것은 낡은 것대로, 아름답지 못한 것은 그것대로 매력은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고 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간판이 무질서하다고 전면 교체하는 방법이 아니라 좋은 간판을 곳곳에 보여줌으로써 자발적으로 더 좋게 하고 싶게끔 유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자'라는 것보다 '이것 어때요'라며 미소 짓는 모습이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공공이라는 '집단'을 위한 아름다움이 아닌 공공의 요소인 '개개인'이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게 하는 환경이 우리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미래의 아름다움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3&aid=00003053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