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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조형, 기하학적 표정… 조엘 샤피로展-홍승혜展-김태곤展 / 김태곤 (미술학부) 교수

전시장에 들어서면 직육면체 나무블록을 얼기설기 이어붙인 듯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막대인형 같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02-720-1020)에서 열리는 조엘 샤피로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뉴욕 출신으로 현대 조각계의 거장인 샤피로는 직육면체의 조합으로 이뤄진 단순한 조형언어를 통해 구상과 추상의 관계를 깊이 탐구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소품부터 4m에 이르는 대형 야외조각, 드로잉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기기묘묘한 요가 동작같이 보이기도 하는 작품들에선 경쾌한 율동감이 느껴진다. 기하학적 형태 안에 이렇듯 풍부한 표정과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28일부터 3월 30일까지 가나아트부산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추상화된 기하학적 양식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전시들이 또 있다. 26일까지 국제갤러리(02-735-8449)에서 열리는 홍승혜의 ‘破片 파편 Debris’전, 그 옆 선컨템포러리(02-720-5789)에서 17일까지 열리는 김태곤의 ‘기하서정’전이다. 각기 성격은 달라도 기하학적 조형을 공통분모로 하는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을 주제로 작업해온 홍승혜(서울산업대 교수)에겐 작업실이 따로 없다. 컴퓨터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공장에서 작품을 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 자체를 작품처럼 활용하면서 가구와 조각품의 중간 형태인 오브제, 건축 자재인 파이프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보여준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전시장 2층에서 틀어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센티멘탈’. 화면에서 네모난 도형들은 사람의 헤어짐과 만남을 상징하듯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17세기 음악가 장필리프 라모의 춤곡 ‘사라방드’를 작가가 재편집해 만들어낸 애잔한 음조가 기하학의 차가움을 누그러뜨린다.

‘기하서정’전에선 입체, 설치, 사진, 회화 등 다양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김태곤(국민대 교수)은 1997년부터 가느다란 실줄을 사용해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불타버린 교실 2’는 그가 직접 나무를 잘라 만든 검정 구조물 안에 형광색 실줄을 설치한 작품. ‘인문학적 공간이자 서정적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굳이 의미를 해독하지 않고도 밝은 색채의 기하학적 입체작품과 그림에서 따스한 감성이 느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0&aid=0001939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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