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문화의 길]평생의 은혜는 그리움/장승헌(무용)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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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슈(Pina Bausch), 우리 공연예술계의 자양분이자 작가적 롤 모델이던 그녀는 지난 여름 훌쩍 우리 곁을 떠났다. 올 여름에는 유난스레 나라 안팎에서 세계적 거장들의 부고가 잦다. 지난 6월 30일, 독일 공연을 위해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전해들은 그녀의 별세 소식에 몸과 마음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금년 4월, 무형문화재 하용부의 프랑스 초청 공연을 끝내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독일 부퍼탈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녀는 부퍼탈 오페라극장 재개관 기념으로 1970년대 자신의 대표적 무용오페라 'Iphigenie auf Thauris(타우리스섬의 이피게니)'를 무대에 올려 건재를 과시했다. 손수 이태리 식당을 예약, 포도주와 맛깔스런 음식을 추천해 주던 거장의 소박하고 사랑스런 모습이 생생하다. 2010년, LG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공연에서 다시 만나자던 그녀를 위해 추모공연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다. '탄츠 테아터'라는 독특한 공연 양식을 만들어 전 세계 평론가와 언론, 공연 마니아들의 관심과 비평의 중심에 있던 그녀. 한국 춤과 음악, 전통문화를 사랑했고 우리 무용계의 '워너비'였던 그녀. 발레리나로 출발했지만 무용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았고 독일의 작은 공업도시 졸링겐에서 태어났지만 유럽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민으로 살아 왔다. 그녀는 담배와 커피를 지독히도 좋아했다. 피나 바우슈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도시 여행에 관한 감성을 담은 '세계 도시, 국가시리즈'는 지난 1986년 이탈리아 로마를 주제로 한 '빅토르'를 시작으로 올 1월 칠레 페스티벌에 공연한 신작에 이르기까지 세계 14개 도시와 국가가 그녀의 예술적 영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2005년에는 서울을 주제로 한 '러프 컷'이 당당히 그녀의 대표 작품 목록에 포함되어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1979년 처음 피나의 작품을 접한 우리 관객들은 내년 봄 여섯 번째 한국을 찾아올 그녀의 새로운 작품을 설렘으로 기다렸다. "우리는 계속 공연할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춤이다.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보다 더 좋은 존경과 애도의 표시는 없다. 우리는 옳은 결정을 한 것이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날 유럽 투어공연 중이던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 테아터'의 매니징 디렉터 코넬리아 알브레히트가 폴란드 공연을 위해 떠나기 전 이탈리아에서 한 말이다. 그녀의 죽음이 우리에게 전해지기 며칠 전, 세상은 마이클 잭슨의 사망원인과 유산상속 문제로 떠들썩했다. 평소 수줍고 조용하고 따뜻한 심성 때문이었는지 불꽃처럼 살다 간 예술가의 별세 소식은 상대적으로 너무도 조용했다. 누군가 그녀를 전쟁의 상처를 먹고 피어난 꽃이라 했던가. 할 일이 많아 백 살 넘게 건강하게 살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암 판정을 받은 지 닷새 만에 그녀는 우리 곁을 훌쩍 떠났다. "어떻게 인간이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그녀가 우리에게 던진 이 질문은 춤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무용가들에게 열정과 희망이며 감동이다. 오는 9월 4일, 독일 부퍼탈에서 그녀의 추모행사가 마련된다고 한다. "춤의 끈을 놓지 말고 늘 예술가를 사랑하라"고 말하면서 직접 사인해 선물한 몇 권의 책과 포스터를 자주 펼치며 당신과의 소중한 만남과 인연, 그리고 예술적 은혜를 늘 가슴 시리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아듀, 피나! 장승헌(국민대 무용교수)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398118&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