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일보-시론] 세종시 수정안 정치선진화 계기로/홍성걸(행정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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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됐다. 애초 예정됐던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행정기관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여야 간 정면 대치는 물론, 여권 내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충청권은 말할 것도 없고 세종시에 대한 인센티브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전국 지역 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간신히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세종시 정국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모양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이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지역혁신도시사업과 함께 추진됐다. 이명박 정부는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막대한 행정 비용과 남북 통일시대를 고려할 때 행정기관의 이전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원안 수정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 불가피론과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유지가 원칙이되 굳이 수정한다면 원안 플러스 알파만 가능하다는 입장, 그리고 민주당과 선진당을 비롯한 야권의 수정 불가론이 서로 충돌했다. 민주사회에서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이나 주장은 다를 수 있다. 아니 서로 다른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민주적 정치과정은 서로 다른 것을 논의하고 타협해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은 어떠했는가. 서로의 주장이나 입장에 대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일삼으며 건설적 논의는 실종되지 않았던가. 이러한 비난을 듣다 보면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은 아무런 철학도 없고, 목표의식도 없으며, 무능하기 짝이 없고, 시대착오적이며, 모두 개인적 이익에 급급한 천박한 정상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어느 나라 지도자보다 유능하며 양심적이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처럼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처럼 서로 극렬하게 비난만 일삼는 것은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극단적 대립으로 국력을 낭비하지 않고 이를 통해 소통과 화합을 이루려면 이번 세종시 수정 문제를 민주적 정치과정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에 제시된 수정안을 최종 대안이 아니라 세종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무조건적 원안 고수나 원안 불가의 입장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이 원안과 비교할 때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고, 국민 전체에 대한 추가적 부담은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시한 각종 인센티브가 대기업이나 특정 대학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아닌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없는 논의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으므로 일정 시한을 정해 놓고 서로 입장이 다른 정치세력이 건설적 비판과 논의를 통해 타협과 설득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국회에서의 투표를 통해 관련법의 제·개정을 시도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실력으로 저지하는 저급한 정치인과 정당은 차제에 모두 격투기나 레슬링 대표로 보내도록 하자. 세종시에 대한 궁극적 판단은 현실 정치인의 가벼운 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후세 사가들에 의해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진정한 정치가는 후세에 자신의 행위가 어떻게 판단되고 해석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유권자들은 세종시 수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다음 총선에서 투표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자. 그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정치가 선진화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00112004099&c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