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가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높은 연봉이었다. 막대한 적자와 함께 부도 위기에 몰리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되었던 금융기관의 CEO가 수백억 원의 연봉과 퇴직금을 챙겨가는 것을 보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비단 미국 행정부만은 아니었다. 미국 국민은 "부도난 금융기관 CEO의 퇴직금을 부담하고 싶지 않다"라며 분개했고, 세계 각국에서도 월가의 탐욕이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시각을 공유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의 연봉에 대해 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등 규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이 '금전적 보상'의 규모 및 내용을 대폭 조정했다. 말이 조정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성과급, 기본급, 각종 인센티브 등을 크게 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다른 이유는 금전적 보상이 결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며, 오히려 경영자로 하여금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게 할 수도 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금전적 보상이 갖는 효용과 한계에 대한 논쟁은 경영학계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돈은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인재를 진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다. 돈 만으로도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특히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금전적 보상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핵심인재를 놓치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움직이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맥킨지 조사에 응한 인재들은 "상사의 칭찬, 경영진의 관심, 그리고 프로젝트를 이끌어보는 경험, 이 세 가지는 금전적 보상보다 더 강력한 동기부여 능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속 상사의 칭찬, 경영진이 주관하는 일대일 미팅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내는 일,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경험 등은 회사가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한다는 만족감을 준다는 응답이었다.
그렇다면 금전적 보상이 줄어드는 요즘에 비금전적 보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비금전적 보상을 더 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이들은 '돈이 모든 것을 말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어서 금전적 보상을 줄인 것이 결코 칭찬, 관심 등의 방법으로 만회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맥킨지는 분석한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칭찬, 관심 등의 동기부여방법은 '돈'을 더 얹어주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경영자들은 하급자와의 교류를 꺼리게 되고 이는 칭찬, 관심 등의 교류를 할 기회를 차단한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월가에서는 다시 성과급 잔치가 벌어진다고 하고 많은 기업에서 금전적 보상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진심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일을 통해 배우고 성취하며, 또 그것에 대해 진심어린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싶다. 그래서 어느 기업은 공식적으로 '보상(reward)'이라는 말 대신 '인정(recognition)'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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