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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칼럼] 민주당의 헛발질이 밉지 않은 이유 / 이호선(법학부) 교수

"천라지망, 즉 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이 180석의 입법 독재를 심판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


어떤 사람이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요즘 제가 나이 탓인지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립니다. 심지어 제 방귀 소리도 잘 못 듣겠어요." 의사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처방해 드리는 이 약을 드시면 며칠 안으로 다 해결될 겁니다." 의사의 말에 환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예전처럼 잘 들을 수 있겠군요." 그러자 의사가 말했다. "그럼요. 방귀 소리 크게 하는데 이 처방만큼 확실한 건 없습니다."

 

민주당과 여당이 급하긴 급했나 보다. LH 사태로 당장의 서울, 부산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까지 대형 악재를 맞은 정부와 여당이 LH 직원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공직 유관단체 직원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모든 공직자에게 부동산 등록 의무를 부과하고, 투기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는 소급효를 인정하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이를 환수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이 보이는 행태는 청력이 떨어져서 고민하는 환자에게 방귀 소리 특효약을 처방하겠다는 돌팔이 의사와 다름없다. 이번에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두의 잘못으로 은근 슬쩍 돌리는 면피신공(免避神功), 시간이 지나면 어물쩍 잊혀 지기를 바라는 망각환술(忘却幻術)로 뭘 해보려는 수작 같으나 이미 국민들은 "문86 사파(邪派)"의 조잡한 무공을 다 간파해 버렸다. 지금 국민들의 분노의 밑바탕에는 불공정에 대한 불만보다는, 수탈 집단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LH 사태의 본질은 불공정이 아니다. 공정과 불공정은 행위 주체가 가용할 수 있는 수단,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양과 질에 있어서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 그 차이가 현격한지, 그렇지 않은지,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그 다음의 문제거니와, 일단 어쨌건 불리한 쪽에 놓인 자에게도 최소한의 선택과 자기결정의 기회가 있어야만 사안을 공정과 불공정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다.

 

헤비급 선수와 라이트급 선수가 붙으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하지만, 헤비급 선수가 권투가 뭔지도 모르는 유치원생을 상대로 한다면 불공정이고 나발이고 게임이 아니라, 그냥 폭행이다. 선택의 기회와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누구는 전부를 갖고 있고, 누구는 전무한 상태이므로 이것은 공정의 차원을 이미 떠난 것이다.

 

또 한편으로 이 사안이 불공정의 문제가 된다면 당사자들에게 적어도 그럴만한 자격이 최소한 얼마라도 있어야만 된다. 그 자격보다 누구는 불리한 처우를 받고, 누구는 그 자격 이상의 대우를 받았을 때 공정성 시비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LH 투기를 가져 온 개발정보는 독점일 뿐 나머지 부스러기 정보나마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LH 사태 문제가 모든 국민에게 개발정보를 주고 투기할 기회를 고르게 주었으면 공정하였을 거라는 말인가.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지만 LH 임직원들은 특별히 직업 윤리적 차원에서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 자체를 해서는 안 되는 무자격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LH 사태의 본질은 수탈이다. 그냥 기회를 이용하여 강탈한 것일 뿐 거기에는 애초에 공정과 불공정을 상호 비교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 수탈에 대하여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지금은 불안해 하고 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도 이제는 이 수탈이 바로 직접적으로 내 삶을 강탈해 갈 것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벼락거지가 속출하는 그 이면에 공공을 내세우면서 떡고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쌀을 가마니채 뒷구멍으로 빼돌리는 세력들이 있음을 국민들이 눈치 챈 것이다. 이 불안과 분노가 지금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조국, 윤미향, 김의겸 등으로 간헐적으로 드러났던 위선과 부패의 숯불 위에 LH 사태라는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양면(兩面) 선생 김상조의 '정책삥땅'이 그 위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고 말았다. 그 장문인이 황급히 파문하는 시늉을 했으나, 지켜보는 사람들은 ‘개가 토하였던 걸 다시 먹고, 돼지가 누웠던 자리에 다시 눕는다’는 걸 잘 알기에 별 감동도 없다. 양면 선생의 기괴한 초식은 강호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86 사파(邪派)"는 여의도에서 180석의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공공선(公共善)이나 헌법적 가치와는 정반대의 대한민국을 향한 사악한 저주의 부적과도 같은 법률들을 쏟아내고 있다.  저들은 수탈이 법적・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면 아예 법을 바꿔서 제도화를 시도한다. 특정 지역에 한전공대, 공공의대를 만든다거나, 소위 민주화유공자들에 대한 특례법을 만들어 셀프 보상, 자기 자식들 특혜를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파렴치함은 그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있지만, 저들은 몸통이 안 흔들리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몸통을 꼬리라고 부르게 하던지, 아니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적폐'라고 몰아갈 자들임을 알기에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 지수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 분노와 불안이 각성제가 되어 코로나 재난금 살포 선심과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사파(邪派)의 미혼약(迷魂藥) 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점점 더 강한 정권심판론으로 결집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한마디로 부패에는 영악하고, 국정 운영에는 무능한 위선적인 집권 세력이 저열한 방식으로 권력과 제도를 사유화하고 '수탈을 제도화'하는 것에 상식적인 국민들이 깨어나서 자기 일로 느끼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이 상황의 본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번지수를 잘못 짚고 소급입법이라는 위헌적인 마공(魔功)을 쓰겠다고 저리 나대는 것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저들의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저 마공(魔功)은 언젠가 사파의 위헌적 법률들과 그 앞잡이 노릇을 했던 악독한 살수 몇몇을 처리하는데 같은 논리로 유용하게 쓰일테니까.

천라지망(天羅地網), 즉 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이 180석의 입법 독재를 심판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호선 객원 칼럼니스트(국민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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