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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채마저 없어진다면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삼성그룹 신입공채 직무적성검사(GSAT)가 시행된 2019년 10월 20일, 취업 준비생들이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교 부속고등학교에 실시된 시험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뉴스를 읽다 보면 온 국민이 이번 재·보궐선거에 큰 관심을 가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을 앞둔 수십만 학생들의 마음은 온통 삼성에 가 있습니다. 삼성 공채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삼성 공채에 지원하는 학생의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합니다. 대학 졸업생의 대략 반가량이 응시한다고도 합니다. 지원자 수와 채용규모는 비공개이지만, 경쟁률은 대략 100 대 1 수준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경쟁은, 삼성이 매력적인 직장이라는 것이 물론 큰 이유이지만, 다른 주요 기업이 대졸 신입 공채를 없앤 탓이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2년 전에, LG와 SK는 작년에, 그리고 롯데는 올해 대졸 신입 공채를 중단했습니다. 꼭 필요한 인원을 수시채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기도 하고, 대학을 막 졸업한 신입직원을 뽑아서 교육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채용시장은 점차 경력직 위주로 변화되고 있고, 신입을 뽑는 경우에도 약간의 직장경험을 쌓은 이른바 중고 신입이 선호됩니다. 결국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시장은 상당히 좁아졌습니다. 유일한 대규모 신입 공채인 삼성 공채가 졸업 예정 학생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된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대학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사람만 뽑는 단기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학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을 떠넘기는 사이, 학생들의 처지는 점점 팍팍해집니다.

 

저는 대학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적 깊이와 실무적 능력이 반드시 상충하는 것은 아니며, 기초학문이 아닌 응용분야의 경우에는 실무훈련이 한층 강조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최근 출범한 KAIST의 '정글' 프로그램이 좋은 예입니다. 불과 5개월의 기간 동안 비전공자를 개발자로 훈련시키는 이 비학위과정은 기업과 대학이 협업하면 얼마나 강력한 실무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여기엔 크래프톤을 비롯한 기업의 실무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훈련뿐만이 아닙니다. INSEAD, IMD, 그리고 옥스퍼드대학과 같은 1년짜리 MBA 프로그램, 혹은 컨설팅 회사나 투자금융회사의 직원 훈련 사례를 감안하면 1년 미만의 집중훈련을 통해 기획자, 전략가, 재무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낡아빠진 대학규제와 맞서면서, 학생과 사회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용감한 전환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입니다. 물론 기업과 사회의 응원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전환의 필요성과 더불어, 당장 시급한 과제도 있습니다. 긴 시간 대면 교육이 사라지면서 대학생들은 지금 큰 교육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환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학생들이 더 나이든 세대를 위해 인생의 일부를 지불하는, 엄청난 희생을 떠안은 형국입니다.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대학의 문을 좀 더 여는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당장 티 안 난다고 미래의 손실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됩니다. 고령 교직원들과, 대면 수업이 반드시 필요한 학생들을 접종 우선순위에 포함시키고, 검사역량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인정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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