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ookmin.ac.kr/comm/cmfile/download.do?encFileGrpSeq=cd8701610d8dfbedeab600f49988b3de&encFileSeq=08b9358451e26e9724d8db9111e49c2f&temp=Y)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공 거리 제한
최신 우레탄 4피스 골프공은
드라이버&웨지 단순전략으로
스코어 줄이는 데 도움되지만
다양한 코스 공략에는 역효과
멀리가는 공탓 코스도 길어져
관리비 늘고 그린피 올라 부담
![](https://www.kookmin.ac.kr/comm/cmfile/download.do?encFileGrpSeq=cd8701610d8dfbedeab600f49988b3de&encFileSeq=a6d9c957a82e5158d7e73c05ff8c5850&temp=Y)
우리에게는 고(故) 손기정 옹의 역사적인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고 있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전쟁을 준비하던 나치 독일엔 좋은 정치 선전장이었다. 히틀러는 올림픽을 계기로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했다. 히틀러의 이러한 야심은 세계 육상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한 흑인 선수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이 선수가 바로 제시 오언스다. 오언스는 100m 달리기를 비롯해 200m, 400m 계주, 그리고 멀리뛰기 등 4종목에 출전해 1개의 세계 타이기록과 3개의 세계신기록으로 4관왕을 차지했다. 오언스의 당시 100m 달리기 우승 기록은 10초 3이다. 현재 올림픽 기록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세운 9초 63이다. 76년의 간극을 둔 두 선수의 기록은 상당히 커 보인다. 볼트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오언스는 6.5m나 뒤처져 있는 셈이다.
오언스는 볼트처럼 달리기에 최적화된 특수 카펫이 깔린 트랙 대신 나무 숯가루가 뿌려진 경기장에서 뛰었다. 또 출발 블록(발판)이 아닌 정원용 모종삽으로 직접 판 구멍에 발을 집어넣고 출발했다. 볼트는 세계적인 용품회사가 맞춤 제작한 최신 소재 기술과 인체공학이 집약된 운동화를 신었지만 오언스는 밑창에 쇠 징이 박힌 가죽 운동화가 전부였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이 같은 기술적 요소를 배제하고 경기 영상으로 달리기 동작을 생체역학적으로 분석해 비교한 결과, 두 사람의 실제 차이는 한 걸음 정도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체적 능력과 기량 향상보다는 장비와 기술의 발전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현대 골프에서 최장타자로 인정받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몇 년 전 미국의 한 스포츠전문방송에 출연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티타늄 헤드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한 최신 드라이버와 1990년대 초반까지 사용되던 퍼시먼우드 헤드에 스틸 샤프트를 꽂은 구식 드라이버를 번갈아 치며 거리를 비교한 것이다.
론치모니터로 측정한 두 드라이버의 거리 차이는 45야드(41m) 정도였다. 여기에 최신 우레탄 4피스 골프공과 구식 발라타공을 같은 드라이버로 친 결과 22야드(20m)의 거리 차이가 났다. 단순 비교지만 장비와 기술 발전으로 약 67야드(61m)의 거리 증가가 이뤄진 것이다.
올 시즌 326.3야드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로 장타왕에 오른 매킬로이가 과거의 장비를 들고 경기에 나섰다면 그의 기록은 260야드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1950년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벤 호건(미국)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5야드였다. 1963년 PGA챔피언십 장타대회에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무려 343야드를 날려 우승했다.
PGA투어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공식적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257야드에서 올 시즌은 299.9야드까지 늘었다. 1999년 한 명에 불과하던 300야드 이상 골퍼도 무려 92명이나 된다. 기술 발전과 장비의 도움으로 거리를 늘린 프로골퍼들은 이른바 ‘밤 앤드 가우지(드라이버&웨지)’라는 매우 단순한 전략으로 쉽게 버디를 잡는다. 과거와 같은 다양한 코스 공략과 창의적인 샷 메이킹은 보기 힘들어졌다.
통계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PGA투어에서 드라이버샷 10야드의 거리 증가는 라운드당 0.5타의 이득을 얻는다. 올 시즌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42개 대회 중 우승 스코어가 16언더파 이상인 대회가 28개나 된다. 스코어 인플레이션으로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25언더파를 치고도 우승을 놓쳤고, 신인 데이비스 톰슨(미국)은 또 다른 대회에서 무려 26언더파를 치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거리 증가는 골프장의 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6600야드 정도가 표준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7500야드까지 늘었다. 골프장 건설에 더 많은 땅이 필요하고, 잔디와 물 등 관리비도 덩달아 증가해 그린피가 오를 수밖에 없다. 코스는 길어졌지만 주말골퍼의 드라이브 거리는 프로골퍼들만큼 늘지 않았다. 골프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 이유다.
올해 초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양대 기구는 3년 후 프로골퍼들이 사용하는 공의 성능을 제한하기로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우열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