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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챔피언 만든 ‘18번홀의 기적’, 퍼터 교체서 시작됐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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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J J 스펀의 골프 인생 역전 투어 카드 유지 걱정하던 골퍼 비결은 ‘제로 토크 퍼터’ 선택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7372야드)에서 열린 제125회 US오픈이 J J 스펀(미국)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장면은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나왔다. 우승한 스펀의 무려 20m짜리 버디 퍼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6번 홀을 마쳤을 때 앞서 경기를 끝낸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매킨타이어와 공동 1위였던 스펀은 파4 17번 홀(314야드)에서 드라이버로 과감하게 원 온을 시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95야드를 날아 그린 앞쪽에 떨어진 공은 굴러 핀을 지나 5.5m 옆에 멈춰 섰다. 이글 퍼트는 홀을 지나쳤으나 스펀은 이 홀에서 버디로 1타를 줄이며 드디어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이날 평균 4.47타의 스코어로 전체 18개 홀 가운데 세 번째로 어렵게 플레이된 18번 홀(파4·509야드)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308야드의 티샷을 페이웨이로 잘 보낸 스펀은 벙커를 피해 두 번째 샷을 안전하게 그린 왼편으로 올렸다. 핀까지는 약 20m로 거리를 맞추기 까다로운 오르막 퍼트였다. 악명 높은 오크몬트CC의 그린이었기에 자칫 스리 퍼트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운 좋게도 바로 뒤쪽에서 먼저 퍼팅을 한 같은 조의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의 퍼트가 많은 도움이 됐다. 호블란의 퍼트를 유심히 지켜본 스펀은 자신 있게 스트로크를 했고, 그렇게 퍼터를 떠나 한참을 구르던 공은 마치 마법처럼 홀 속으로 사라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계에 따르면 이 거리에서 퍼트가 들어갈 확률은 2% 미만이다.
스펀은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어 카드 유지를 걱정하던 처지의 골퍼였다. 그러던 스펀이 지난 3월 엄청난 상금 규모로 흔히 ‘제5의 메이저’라고 부르는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연장전 끝에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별 볼 일 없는 골퍼였던 스펀이 갑자기 투어의 강자로 떠오른 비결은 단 하나, 퍼터 교체였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스펀은 캐나다 투어를 거쳐 2017년 PGA투어에 진출했지만, 2021년 투어 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를 통해 복귀에 성공해 드디어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147번째 출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우승이 없었다. 줄곧 퍼팅이 문제였는데 2025년 시즌을 앞두고 데뷔 이후 계속 써왔던 퍼터를 제로 토크(zero torque) 퍼터로 과감하게 교체했다.
제로 토크 퍼터란 퍼터의 샤프트 중심축과 헤드의 무게 중심을 일치시켜 퍼터의 토크를 없앤, 이름 그대로 퍼팅 스트로크 중 토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퍼터 헤드가 열리고 닫히는 현상이 없는 퍼터를 말한다. 혁신적인 장비였지만 기존 퍼터와 다른 독특한 모양과 타구감 때문에 외면받던 제로 토크 퍼터가 골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이 퍼터를 사용한 골퍼들이 투어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다.
퍼터 교체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28개 대회에 나가 11차례나 예선 탈락하고, 우승 없이 4차례 톱10에 그쳤던 스펀은 상금 164만5000달러(약 22억 원)를 벌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17개 대회에 출전해 단 세 차례만 예선 탈락하며 우승 1회, 준우승 2회와 함께 5차례의 톱10을 기록하며 964만4000달러(131억 원) 넘게 벌어들였다.\
퍼터 교체 효과는 퍼팅 관련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그의 퍼팅 이득타수는 108위(-0.035타), 홀당 평균 퍼트 102위(1.761타), 라운드당 평균 퍼트 148위(29.41타)였다. 그러나 올해 퍼팅 이득타수는 40위(0.254타), 홀당 평균 퍼트 77위(1.749타), 라운드당 평균 퍼트 122위(29.07타)를 기록 중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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