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내향인이세요?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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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조직에 들어온 신입들의 사회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조직에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대기업 임원들의 하소연이다. 신입 구성원 중 동료 및 선배와의 소통을 힘들어하는 내성적인 직원의 비중이 늘었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에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었던 세대가 조직에 들어오면서 리더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내향·외향 따지는 MBTI 열풍
학교에서도 자신을 ‘내향인’이라고 분류하는 학생이 늘었다. 올해 1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더니 대부분 MBTI 성격유형 결과를 활용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신을 내향형이라고 소개한 비중이 80%를 넘었다. 내향형이라서 낯을 가린다, 발표하기가 힘들다, 팀 프로젝트 하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스스로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업에서 학생들 간 토론을 이끄는 것이 어려워졌다. 학생들은 더욱 수줍어하는 것 같고 팀 프로젝트 기피 현상도 뚜렷하다. 팀 토론을 시키면 발표는 자연스럽게 외향형 학생에게 맡기는 추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느낌이다. 내향형이라는 기질을 내세워 방어막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되고, 머지않아 직장인이 될 텐데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MBTI 테스트가 사회적 열풍으로 자리 잡으면서 직장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인 영향은 조직에 적응하려는 MZ세대에게 자신을 정의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다. 선배 세대에 비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마음의 결이 섬세한 MZ세대는 성격유형 테스트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개인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위안도 받았고 다름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MBTI 테스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내향성과 외향성 구별이었다. 외향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성격으로 인정되던 분위기 때문에 애써 외향적이 되려고 노력했던 선배 세대와 달리 MZ세대 내향인들은 ‘타고난 기질’로서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였다. 또한 타인의 기질을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동료 중 누군가 내향인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주변에서는 그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여러 심리학자들은 MBTI 테스트의 문제점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내세우며 지적한다. 인간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인데 내향인과 외향인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은 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내향인과 외향인을 분류하는 기준은 사교성이나 에너지의 방향만은 아니다. 기준이 훨씬 더 정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측정하는 과정에서 오류도 크다.
그래서 한두 번의 테스트로 스스로를 내향인 또는 외향인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자신을 제약하는 것임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소통과 협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조직의 구성원이 스스로 내향인이라고 정의하고, 또 내향인은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을 치는 셈이다. 타인과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내향인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할 경우에 더욱 그렇다.
직장에서 내향인들이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단지 내향적이어서가 아니다. 내향적 특성으로 인해 조직의 성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통·협업·리더십 등을 발휘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내향인들은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되 행동으로 보완 가능함을 조직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발표, 회의 코멘트 등 여러 사람 앞에서 소통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낀다면 남들보다 더 많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내향인도 준비가 잘 될수록 자신감 있게 발표하고 협의를 이끌어갈 수 있음은 주변의 수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또 자신의 의견을 먼저 피력하기보다 경청하는 편인 내향인의 특성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 힘들다면 회의가 끝나고 잘 정리한 메모로 건네본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소통을 밀도 있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내향 또는 외향에 가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성장 리듬을 찾는 노력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정교하지 않은 이분법으로 분류해서 정의하기에는 인간은 훨씬 다차원적이다. 성격 테스트를 방어벽으로 삼기에는 당신의 잠재력이 아깝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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