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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200시간 드는 잔디깎기… 자율주행로봇은 300시간이면 끝[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장 잔디 관리도 로봇이

 

지난 7월 LPGA투어 AIG오픈
골프대회 첫 잔디관리로봇 투입
밤새 잔디 깎고 코스 정리하면
아침에 그린 관리에 더 집중해

英·덴마크·美 등서 속속 도입
골프장 이용객들 만족도 높아

수익 하락에 경영 효율화 시급
국내 골프장에도 많은 시사점

 

 


지난 7월 영국 웨일스 로열 포스콜 골프클럽에서 개최된 올해 여자골프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이 최초로 잔디 관리에 로봇을 투입해 큰 화제를 모았다.

 

스웨덴 기업이 개발한 15대의 자율 주행 잔디깎이 로봇이 투입돼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인 오전 1시 30분부터 오전 5시까지 골프 코스를 말끔히 정비했다. 로봇이 밤새 코스를 정리하고 나면 이른 아침에 코스관리자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그린 관리 등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메이저대회에 걸맞은 최상의 코스 상태를 제공할 수 있었다.

 

현재 전 세계 골프장들은 인력난과 비용 상승이라는 오래된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숙련된 코스 관리자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연료비와 장비 유지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다.

 

녹색 필드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한 로봇 잔디깎이는 한때 미래의 아이디어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인 유럽의 골프장이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의 골프장들은 이미 2022년부터 자율 주행 잔디깎이 로봇을 도입해 코스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약 30개의 골프장이 로봇을 활용하는 등 갈수록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덴마크의 회르숌 골프장은 2023년 가을부터 14대의 잔디깎이 로봇과 2대의 연습장 골프공 수집 로봇을 도입, 디젤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핀란드의 히르살라 골프장은 2019년 첫 로봇을 들인 뒤 현재 36대를 운영하며 페어웨이의 100%와 코스 내 러프 및 세미러프의 약 75%를 처리해 인력 부담을 크게 줄였다.

 

스위스 월렌리드 클럽은 2023년부터 9대의 로봇을 도입해 야간 작업으로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한 덕분에 골프장 운영 기간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미국도 이러한 변화에 합류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산타루즈 클럽은 22대의 자율 주행 로봇 잔디깎이로 잔디 생장기인 3월부터 10월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전체 골프장 잔디 면적의 90%를 깎는다.

 

기존 잔디깎이로는 연간 약 2200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무리 손질 작업에 약 300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돼 연료비와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인력과 비용 절감 외에도 로봇 잔디깎이 도입의 효과는 다양하다. 더 자주 잔디를 깎아줌으로써 잔디의 품질이 높아지고 미관상 보기도 더 좋아져 골프장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 디젤 엔진이 아닌 전기 모터로 작동해 소음이 없어 밤에도 작업이 가능하고 낮에는 플레이어에게 방해를 주지 않고 작업할 수 있다. 안전성 역시 발전했다. 충돌 방지 센서와 긴급 정지 시스템이 기본 탑재돼 사람과 야생동물을 보호한다.

 

전기로 작동해 골프장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핀란드의 히르살라 골프장은 클럽하우스와 관리동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장치로 생산한 전기로 로봇 잔디깎이를 충전한 덕분에 연간 연료 사용량을 10분의 1까지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스관리자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잔디 깎기 대신 벙커 손질이나 그린 수리 등 창의적이고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초기 장비와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아직은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야 한다는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과 인공기술을 활용한 코스 관리의 새로운 추세는 최근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후 큰 폭의 수익성 하락으로 경영 효율화가 화두가 된 국내 골프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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