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아이언은 쇠채, 홀은 구멍… 北에서도 골프를 치고 있었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북한의 골프 실태

 

南北화해·교류의 바람 타고
2005년 평양에서 KLPGA
신인왕 송보배가 우승 차지

2007년엔 금강산서 KPGA
남한측 상위골퍼 60명 출전

평양골프장 전반 9홀 ‘황홀’
그린피 16만원… 캐디 있어

 

 

최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평화 중재에 힘써 달라고 요청하면서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고, 함께 골프를 칠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는 농담을 던졌다. 껄끄러운 양국 간의 상호관세 협상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던 회담 분위기를 순간 누그러뜨리며 골프에 진심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소를 끌어낸 순간이었다.

 

1989년 베스트셀러 소설 ‘장길산’으로 유명한 작가 황석영은 ‘사람이 살고 있었네’란 제목의 북한 방문기를 발표했다. 북한을 방문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북한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 작가의 글은 당시 남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분단 이후 40년 넘게 교류가 단절된 탓에 ‘뿔 달린 붉은 도깨비’들이 사는 곳쯤으로 여기던 북한에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금단의 땅 북한에도 골프장이 있다. 바로 평양에서 약 27㎞ 떨어진 남포시 태성호 호숫가에 자리 잡은 평양골프장이다. 1987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사업가들의 기부로 완공됐다. 선전용 영상에는 일반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에 거주하는 외교관이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화해와 교류, 협력 증대를 추구한 김대중 정부의 일명 ‘햇볕정책’으로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이후 2005년 개성공단 준공, 2007년 개성 관광 등 다양한 남북교류사업이 진행되던 시절이 있었다.

 

2005년 평양골프장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총상금 1억 원의 평양오픈(파72·6382야드)을 개최했다. 당시 우승은 2004년 상금왕과 신인왕이었던 19살의 송보배가 차지했다. 여기서 직접 라운드를 해본 외국인 관광객에 따르면, 북한에도 캐디는 있다. 그린피는 100유로(약 16만5000원) 정도다. 30유로(5만 원) 가격에 클럽도 대여한다. 페어웨이는 다소 좁고 그린 상태도 평범한 편이지만 18홀 중 호수를 끼고 도는 전반 9홀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2007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도 열렸다. 총상금 3억 원의 SBS코리안투어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파72·7630야드)이었다.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사업의 하나로 남한의 기업이 건설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대회였다. 강경남, 배상문, 박남신, 강욱순 등 당시 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상위 60명의 골퍼가 육로를 통해 대회 이틀 전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대회 우승은 최종일 2타를 줄여 방두환을 2타 차로 제친 김형태가 했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은 코스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홀에서 코스 아래로 동해 바다 장전항을 한눈에 내려다보거나 바리봉을 비롯한 수정봉, 집선봉, 비로봉, 촛대바위 등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 외금강의 절경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골프장에는 독특한 시그니처 홀이 2개 있었다. 파6에 거리가 무려 1016야드(925m)나 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12번 홀과 그린 전체가 홀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공을 그린에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홀인원이 되는 일명 ‘깔때기 홀’인 파3, 5번 홀이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은 2008년 정식 개장을 앞두고 새벽 해안도로를 산책하던 남한 관광객이 북한 군인에 의해 피격,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면서 개장 한번 못해 보고 문을 닫아야만 했던 비운의 골프장이기도 하다.

 

참고로 북한의 골프 용어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티잉구역은 출발대 또는 타격대, 페어웨이는 잔디구역, 그린은 도착지 혹은 정착지, 홀은 구멍, 벙커는 모래웅덩이, 해저드는 방해물, 티는 공알받이, 아이언 클럽은 쇠채, 우드 클럽은 나무채, 그리고 클럽하우스는 봉사건물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