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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에서 낮게 깔아치던… 600년전 초기 골프와 닮은 파크골프[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의 ‘오래된 미래’ 파크골프

페이스가 90도인 클럽 하나로

지름 6㎝ · 무게 80 ~ 95g 공을

20.5㎝ 지름의 홀에 넣는 경기

노년층의 전유물 인식 강했지만

코로나 거치며 20·30까지 확산

미등록 동호인까지 치면 30만명

전국 파크골프장 423개소 운영

 

 

요즘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의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9년 3만7630명 수준이던 등록 회원 수가 지난해 말 18만3788명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로 늘었다. 미등록 동호인까지 합치면 3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파크골프장 수도 크게 늘어 2025년 5월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은 423개소에 달한다. 파크골프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파크골프장 건설에 힘을 쏟고 있어 조만간 524개인 일반 골프장 수를 뛰어넘을 기세다.

 

파크골프는 공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파크와 골프가 합쳐진 것으로, 이름 그대로 공원에서 하는 골프다. 주로 근린공원이나 체육공원 그리고 접근이 쉬운 강변 등의 녹지공간에서 즐기는 생활체육의 일종이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마쿠베쓰(幕別)란 마을에서 공원이 있어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자 이를 개선하고자 골프를 기반으로 공원에서 나이에 구애 없이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파크골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일반 골프장의 약 50분의 1에 불과한 4000∼5000평 내외의 부지면 코스를 만들 수 있고, 골프채 하나에 모자와 운동화 등 간편한 복장만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방식과 규칙은 골프와 유사해 출발 지점에서 홀을 향해 공을 치고 차례로 코스를 돌며, 마지막 홀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경기를 마치는 사람이 승리한다. 코스는 파크골프의 발상지인 마쿠베쓰의 쓰쓰지(つつじ) 코스를 따라서 18홀 파66으로 플레이 된다. 한 홀의 길이는 보통 40∼150m로 일반 골프장에 비해 훨씬 짧지만, 골프와 마찬가지로 파3(40∼60m), 파4(60∼100m), 파5(100∼150m)로 코스가 설정된다.

 

장비는 나무로 만든 클럽 하나이며 일반 골프공보다 조금 큰 지름 6㎝, 중량 80∼95g의 공을 사용한다. 클럽은 타구 면의 각도가 지면에 90도로 서 있어 로프트가 전혀 없다. 홀의 크기는 지름 20.5㎝로 골프보다 2배가량 크다.

 

파크골프가 국내에 소개된 건 30년이 채 안 된다. 1997년 강원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가 파36, 9홀로 507야드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리조트 내에 조성한 것이 시초이다.

 

파크골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현재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공원 내에 국제 규격의 9홀짜리 한강파크골프장이 개장하면서부터다.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강파크골프장은 대한민국 파크골프의 성지로 불린다.

 

노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장년층을 넘어 20, 30대도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골프와 비슷한 데다 가깝고 저렴하며 플레이까지 쉽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코로나19 특수로 턱없이 오른 골프장 그린피에 지친 골퍼들이 하나둘씩 파크골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파크골프가 현대 골프의 변형으로 만들어졌지만, 묘하게도 600여 년 전 초기 골프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잘 알려진 대로 골프는 링크스라고 불린 스코틀랜드 바닷가의 버려진 땅에서 탄생했다. 파크골프 역시 처음에 강변의 유휴지를 활용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바람이 강한 링크스 코스에서 초창기 골프는 지금처럼 공을 띄우는 경기가 아닌 땅으로 낮게 깔아 치는 경기였다. 또 지금처럼 잔디를 짧게 깎을 장비가 없어 홀 말고는 페어웨이와 그린의 구별이 딱히 없었다.

 

파크골프 역시 로프트 없는 클럽으로 공을 낮게 굴리며 플레이하고, 공원 잔디밭에 조성되어 페어웨이와 그린의 경계가 따로 없다. 이처럼 최근 골프의 훌륭한 대체재로 주목받는 파크골프지만 사실은 골프의 ‘오래된 미래’였던 셈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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