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 대장동 ‘대도불사’ 저지할 방법 있다[시평] / 이호선(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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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
도저히 납득 어려운 항소 포기
시행자 취득 자체가 불법 이득
그런데 지난달 31일 선고된 대장동 1심 형사판결에 대한 검찰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항소 포기에서 ‘대도불사(大盜不死)’의 눈물겨운 노력을 보게 된다.
법무부와 현 검찰 수뇌부는 대장동 피고인들의 항소심 법정에 수사검사들은 얼씬도 못하게 할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임하는 대장동 피고인들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온갖 변명과 궤변, 요설을 늘어놓을 게 뻔하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공판검사들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상부로부터 대응에 ‘신중’하라는 ‘권고’를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피고인 중 한 명인 남욱은 벌써 검찰이 추징보전해 둔 자산을 ‘내 돈’이라며 반환을 요구하는 법률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나머지 피고인들의 동참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러한 사태는 검찰이 항소 포기를 결정하는 순간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가장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내에 범죄수익을 추징해 피해자인 성남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검찰,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그 윗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대도는 불사가 아니라 필사가 그 운명이다. 범죄수익 환수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모해 비밀정보를 이용해 얻은 불법이득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와 사업시행자 지정이라고 판단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야 사업협약 체결 자격을 얻고, 사업협약이 체결돼야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으므로, 비밀정보 이용과 사업시행자 지정 사이에는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고, 따라서 구체적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더라도 사업시행자 지위 취득 자체가 공고한 재산상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형사판결이라 따로 부연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김만배·남욱·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의 사업시행자 지위가 적법함을 전제로 하는 그 후 일련의 모든 행위, 특히 이익배당과 같은 핵심적인 행위 자체가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줬거나 주기로 약속한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것은 “뇌물의 성격을 가진다기보다는 배임행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을 사전 공모·약정에 따라 분배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애초에 불법 취득한 이익을 공범들끼리 나눠 가진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법리구조는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어떤 기발한 변명을 늘어놓든, 재판부가 설령 마음속으로 피고인들을 편들고 싶다 하더라도 쉽게 뒤집기 어려울 만큼 충분한 증거에 의해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숫자의 문제, 즉 업무상 배임의 액수에 있다기보다는 사업시행자 지위 전체가 불법적 통로를 통해 획득됐는가 하는 단 하나의 근본적 질문으로 연결돼 있다. 1심 재판부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검찰의 무책임한 항소 포기로 인해 성남시의 피해 보전에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대도들의 범죄수익을 환수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성남시는 2023년 이미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해 배당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고, 이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오는 12월 9일을 첫 변론기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당이 원천 무효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한 회수보다 훨씬 더 광범하고, 쉽게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대마는 불사할지라도, 대도는 절대 불사 돼선 안 된다. 그들은 필사(必死)하고 필망(必亡)해야 마땅하다. 상식적인 국민 모두가 두 발 뻗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검찰의 항소 포기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냈지만,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한 대도가 불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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