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 [글로벌포커스] 디지털 혁명의 역설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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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아랍의봄 공신?
15년 전의 아랍의 봄, 즉 중동의 민주화 혁명 운동은 수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져왔었다. 민주화된 중동의 탄생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정보기술(IT) 능력에 대한 기대도 컸다. 당시의 상식은 아랍의 봄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휴대전화를 비롯한 IT의 발전이라는 것이었다. IT 확산으로 인해 북한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비슷한 민주화 운동이 발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백일몽이었다. 민주적인 문화가 거의 없는 중동에서 혁명으로 생긴 신정권 절대 다수는, 기존 독재정권보다 더욱 참혹한 독재정권이 돼버렸고 중동 민주화는 실패로 끝났다. 지난 15년의 경험은 IT가 민주화의 우군이라기보다 권위주의 정권의 훌륭한 부하라는 것을 보여줬다. 휴대전화, 빅데이터 분석, 안면인식 등은 권위주의의 힘을 막강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이것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꿈꿨던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유감스러운 사실이다.
그런데 아마도 북한만큼 '완벽한 디지털 독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북한은 소득수준이 낮지만 고급 IT 기술자들이 많고, 통제·감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북한 정권이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기 시작한 조짐이 이미 많이 보인다. 중국 소식통들은 북한이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고 했고, 북한의 거리에서도 이러한 카메라가 많이 보인다. 아직 북한 경찰은 육안으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겠지만, 조만간 안면 인식 기술을 많이 활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자들은 인민 누구든지 집에서 나가면 그가 가는 방향까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으로 인민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누구와 자주 만났는지, 어디로 자주 갔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경찰인 보위부는 누군가의 정치 경향에 의심이 생긴다면, 지난 몇 년 동안 그가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 몇 분 이내에 알아내고, 그 사람들에 대해 쉽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는 더 위험하다. 우리가 15년 전에 민주화의 도구로 오판했던 휴대전화는, 사실상 주머니에 있는 밀정과 다를 바가 없다. 휴대전화는 주인의 위치를 계속 알려줄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해서 모든 네트워크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경찰은 누가 누구와 만나는지, 누구와 관계가 좋은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도청도 주민감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원래 도청할 때 사람이 직접 청취해야 했지만, 오늘날 도청된 이야기 분석도 많이 자동화됐다.
결과적으로 북한처럼 모든 소통을 도·감청할 수 있는 국가에서, 경찰은 사실상 모든 소통의 경향을 분석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또 하나의 특징은 경찰이 북한 인민 누구든지 그의 배경에 대해 자세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북한만큼 당국자들의 눈길에서 도망치기 어려운 나라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절대화할 희망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있지만, 중동의 독재국가들은 인재 부족과 문화적인 특징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거의 없다. 중국은 나라가 너무 크고 복잡해서 효율적인 감시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또한 중국에서도 치안기관은 어느 정도 법과 형식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문제점이 없다.
이것은 물론 비관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원래 많이 기대했던 디지털 혁명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북한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들에 '반체제 운동 진압'을 위한 매우 쓸모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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