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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한·일 경제공동체’, 꿈은 아니다 / 이원덕(일본학과)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일본학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화두를 던진 ‘한·일 경제공동체론’(연대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일 경제연대론’이란 한마디로 한·일의 경제를 합치고 시장을 결합해 글로벌 제4위(인구 1억7000만명, GDP 6조 달러)의 단일시장을 만들자는 야심 찬 구상이다. 필자는 이 제안이야말로 생존번영을 위한 국가 책략으로 숙고해 볼 만하고 후속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국경제는 피크에 달한 느낌이다. 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표류와 정체를 면하기 어렵다. 1960년대 이후 냉전체제하에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고, 1990년대부터 펼쳐진 세계화 시대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190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00년대 G20 회원국 진입에 이어 세계 제10위권 내외의 경제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경제가 순항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인구절벽, 초고령화, 일자리 부족, 기술혁신의 한계에 직면해 저성장 경제구조로 돌아섰다.

 

둘째, ‘규모의 경제’ 원리를 고려해 한·일 경제를 결합시킬 때 시장은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기회는 늘어나며, 소비와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저비용 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예컨대 칸막이를 걷어낸다면 가스, 석유, 전력 등 에너지 분야의 공동구매와 효율적인 비축, 분배가 이뤄지는 저비용 구조가 도래할 것이고, 의료, 스타트업 등 분야에서도 노동의 이동과 재배치가 가능해져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5000만명 규모의 시장이 (북한까지 합쳐져) 2억명의 거대시장으로 변한다면 기회는 증대하고 활력은 커질 것이다.

 

셋째, 전쟁 지역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빈발하면서 각국은 경제안보를 추구하고 공급망을 자국 중심적으로 재편하고 있어 작은 경제단위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 2기 이후 미국이 관세 폭탄을 마구잡이로 던지면서 각국은 각자도생으로 회귀하고 있어 경제의 블록화, 보호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산업 분야의 연대가 이뤄진다면 한·일 양국에 주는 이익과 혜택은 클 것이다. 양국은 공히 성장 신화를 이룩했지만 한계에 도달해 정체와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꼼짝달싹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첨단 제조업, 소재·부품·장비, 디지털, 그린 전환 분야 등에서 한·일이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의 결합을 만들어낸다면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제고될 것이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정밀소재 등 핵심 중간재의 상호의존적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어 경제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제3국 진출 시 한·일은 기술, 자본, 경영 노하우의 보완적 결합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일 경제는 규모에서는 1대 3으로 여전히 비대칭이지만 1인당 소득이나 기술 수준, 정치 사회적 성숙도 면에서는 대등한 관계이다. 20세기 전반 ‘대동아공영권’ 질서와는 달리 한·일 경제연대의 원칙은 대칭적이고 대등한 상호이익의 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어떻게 ‘한·일 경제연대’를 구축해 갈 것인가. 한·일의 경우 투 트랙 접근이 실효성 있는 해법이다. 즉 한편으로 정치·안보, 과거사 분야에서의 갭을 좁혀감과 동시에 한편으로 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석탄철강동맹에서 EU 실현까지 40년이 소요되었다. 먼저 정상 간 ‘신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전방위적 공조 협력의 공감대를 확립해야 한다. 더 나아가 출입국 절차 간소화, FTA(EPA) 체결, CPTPP에의 한국 가입 등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면 좋을 것이다. 합의가 가능하고 상호이익이 분명한 분야에서부터 서서히 한·일 경제연대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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