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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엔 변화, 설상엔 투자 필요…스포츠 과학화도 서둘러야 / 박주희(아시아올림픽거버넌스·정책전공) 교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최가온.
 

 

동계올림픽의 변화는 한국 스포츠계에도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실내에서 열리는 빙상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냈는데, 이는 전체 획득한 메달(10개)의 70%에 해당한다.

한국 스포츠는 기후위기 시대에 역설적으로 동계스포츠를 전략적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자연환경의 제약을 덜 받는 빙상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동계올림픽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스포츠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가야 한다.

 

과거 김연아·이상화 등 스타들을 배출했던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팅이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로 마무리된 것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숙제다. 강력한 빙상 인프라와 시스템을 앞세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종목에서만 20개 메달(금10 은7 동3)을 따내고 종합 3위에 오른 네덜란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강했던 스피드스케이팅뿐 아니라 쇼트트랙에서도 20대 초중반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이뤄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새롭게 도입되는 젊은 세대 타깃의 종목들을 선제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스포츠는 최가온·유승은·이채운 등 스노보드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10대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희망적인 변화가 감지된 만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첨단 실내 훈련장을 확충하면서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신기술을 갈고닦으며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제히 사계절 훈련이 가능한 에어매트 연습장 구축을 건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회 중계에 쓰이는 인공지능(AI)·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술을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에 직접 접목하는 등 스포츠 과학화도 서둘러야 한다. 동계올림픽이 스스로를 바꿔가면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듯 한국 스포츠도 달라지는 판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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