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국민*인 책다방 #13] 내 마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최근 SNS에서는 하상욱, 흔글, 글배우 등 마음에 관한 짧은 메시지를 담은 게시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많이 지쳐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내 마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나는 왜 나를 사랑할 수 없으며 앞으로의 나는 어디로 나아가는 걸까? 자아에 대한 고민은 세대가 이어온 고민이자 일생동안 나를 따라다니는 숙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로 불리는 지크문드 프로이트는 마음에 대한 분석적인 연구를 했다. 그는 인간이 이드, 자아, 초자아로 나뉘며 과거 경험이 현재 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한편 과거 상처나 기억은 접어두고 새로운 목적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바로 알프레드 아들러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근간이 되는 아들러 심리학은 흔히 용기의 심리학이라 불린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 열세번째 국민*인 책다방은 마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이트의 의자 (원인론)

자존심이 낮거나 자아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쉽게 합니다. 남이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나라도 나를 아껴주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기 파괴적 행동을 더 합니다. 그렇게 거꾸로 불행의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인간입니다. 결국 나를 사랑하고 아끼기 위해서는 우선 남이 나를 아낀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확신은 어린 시절에 경험해야 합니다.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서 엄마의 포근한 이미지가 서서히 생겨 아이의 마음에 저장되면 아이는 엄마가 곁에 없어도 나를 아끼는 사람이 자기에게 항상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파괴적인 성향이 내 안에서 힘을 얻습니다. (p.113)

요한: 프로이트 원인론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감정에만 몰입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거죠. 원인을 알아야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 치료를 위해서는 그 감정에 너무 빠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 책에서 프로이트가 그렇게 말하잖아요. 어떤 감정이든 그것에 잠식해들면 결국 다치는 건 자신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살펴봐야 한다고.

유리: 확실히 어떤 원인을 모르는 것 보다 알고, 나를 이해하면 불안 증세가 덜 할 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원인을 찾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는 완전한 치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프로이트 심리학이 가진 한계를 아들러 심리학이 보완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통해 과거 원인을 찾고 내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아는 상태에서 아들러 말대로 목적과 행동을 바꾸면 금상첨화 아닐까요.

 

미움받을 용기 (목적론)

변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네. 자네는 자신이 불행한 사람이라고 했어. 지금 당장 변하고 싶다고, 심지어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했네. 그럼에도 왜 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네가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겠다고 끊임없이 결심해왔기 때문이지. 새로운 생활양식을 선택하면 새로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눈앞의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 더 불안한 삶을 살게 되지. 더 힘들고, 더 불행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즉 인간은 이런저런 불만이 있더라도 ‘이대로의 나’로 사는 편이 편하고 안심이 되는거지. 우리는 생활양식을 바꾸려고 할 때 , 큰 용기가 필요하네. 변함으로써 생기는 불안을 선택할 것이냐 변하지 않아서 따르는 불만을 선택할 것이냐. 자네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 뿐이야. 말하자면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거지.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까지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앞으로의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라고 말해주는 거지. (p.63)

유리: 확실히 사람은 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고집이 정말 세고, 제 의견을 무시하면 화를 내고 그랬는데 그런 점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바뀌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완전히 변화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겉으로는 변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속으로 억압되어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프로이트가 변화하는 내 모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요한: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정말 어려워서 주변에 넉살좋고 자신감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워했어요. 동경, 열등감 같은 감정도 느꼈죠. 지금은 노력을 통해서 많이 변화하게 됐어요. 아들러 말대로 생활양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죠. 용기를 내서 발표를 자원 하기도 하고, 작년에는 학생회장직을 맡았어요. 용기를 내니까 생활이 바뀌고, 성격도 바뀌더라고요.  아들러의 말처럼 열등감은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또 그 감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칭찬받는다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좋다’는 평가를 받는 걸세. 그리고 그 행위가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하는 것은 타인의 기준이고. 칭찬받고 싶다면 타인의 기준에 맞춰 행동할 수 밖에 없어. 자신의 자유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네. 반면 ‘고맙다’는 말은 평가가 아니라 보다 순수한 감사의 인사라네. 인간은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스스로 타인에게 공헌했음을 깨닫게 되지. 자신의 주관에 따라 ‘나는 다른 사람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실감하게 된다네. (미움받을 용기 p.237 )

유리: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자존감인데, 저도 그 만족감을 주변의 인정에서 찾는 것 같아요. 제가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 타인이 인정해주면 스스로도 뿌듯하고 자존감이 높아지잖아요. 아들러말처럼 내 안에서 자존감을 키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안돼요. 또 남들이 인정해주는지,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떠나 객관적 결과도 자존감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정말로 그것이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요.

요한: 아들러의 말처럼 나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이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제가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때 제 자존감이 높아지는 걸 느끼거든요 자존감을 자기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은 프로이트와 아들러가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인것 같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리: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상대방이 너무 좋을 때 약간의 불안감도 가지고 있잖아요. 상대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확인받는 것이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돼요. “너는 멋진 사람이야. 충분히 매력 있어.”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해주면 ‘아 정말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져요. 내가 상대에게 공헌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존감을 형성하려면 정말 성숙한 사람이 되야 가능할 것 같아요.

요한: 그렇게 생각하니 저는 좀 생각이 달라지는데요. (웃음) 물론 연인 사이에 표현이 필요하긴 해도 충분히 상대에게 내 존재가 필요하고, 크다는 것이 느껴지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는 아들러 입장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네요. 내가 상대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느껴서 내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니까. 그런데 문득 남들의 인정에 의해서 내 자존감이 흔들린다면 조금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상대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표현해주지 않으면 나는 내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자존심이 낮은, 마음이 취약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바로 자존심의 에너지 동력을 자기 안에 갖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사람입니다. 부모에게, 연인에게, 혹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각종 타이틀에 의존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의 자존심은 모두 흠집투성이입니다. 자존심이 낮은 사람의 대인관계는 정말 어렵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에서 채우려 합니다. 그러나 나를 인정해줄 그도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늘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이 줄 수 있는 자존심 보충 에너지는 마치 전기 사정이 나쁜 집의 TV 화면이 나왔다 안나왔다 하는 것처럼 예측 불가능 합니다. 설령 그가 나를 늘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인정해 준다고 해도 그러면 다시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불안해지고 화가 나기 시작하므로 결국은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p.41)

유리: 그렇긴 하네요. 상대방에 관계없이 나 스스로를 가치있다고 생각하고 지킬 수 있으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항상 애정을 갈구하고, 보살핌을 원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이 현재 하는 모든 행동의 모든 원인을 과거 상처에서 찾더라고요. 상처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권력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아들러의 말이 생각나요. ‘나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나 이해해줘야 돼. 너는 나보다 덜 힘들어. 나한테 더 잘 해줘.’ 라는 식이니까 한도 끝도 없더라고요. 삶의 목적을 바꾸는 건 본인 몫이지만 그래도 그 연결고리를 끊도록 하는 것까지가 주변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옆에서 계속 말해줘야죠. 아마 그 상처는 이미 무의식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완전히 잊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나쁜 상황이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바꾸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요한: 그렇죠. 내가 과거로 돌아가 그 상처를 없애줄 수는 없으니까. 그 사람이 원하는 만큼 전부를 채워줄 수는 없죠. 내가 상대의 엄마, 아빠도 아니고 무조건적으로 헌신해줄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옆에 있어주고 최대한 돕긴 하겠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삶을 바꾸는 건 본인 의지에 달려 있잖아요. 과거 영향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모습은 프로이트의 철학을, 그리고 목적을 바꿔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아들러의 심리학을 닮아있네요. 둘 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에요. 그 상대도 ‘자신의 결핍을 완전히 채워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를 돕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를 느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자존감이나 인간관계나 모두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아들러의 말에 정말 공감이 돼요.

 

crying helps me slow down and obsess over the weight of life's problems. 울음은 나를 진정시켜주고 심각한 문제를 이겨내게 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대사다. 기쁨이 곧 행복은 아니다. 때론 슬픔이나 열등감, 분노 등도 우리 삶을 더욱 빛나게 돕는다. 중요한 것은 내 삶이 어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의자에 앉아 생각해본다. 내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돌아본다. 나는 어떤 길로, 어떤 방향을 향해, 어떤 걸음으로 걸어왔는가. 그 길에서 어떤 친구를 만나고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선물했는가. 내 과거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미래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목적지가 있어야 표지판도 유용한 법이다. 아들러의 말처럼 내가 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이 스스로 보기에 형편없거나 시시하다면 용기를 내자. 지금, 행복해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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