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평소 관심이 있거나 유명한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유명작가들의 작품과 희귀한 역사유물들이 가득하겠지만, 한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는 큐레이터도 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현재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태희(36)씨를 만나봤다.
어떤 계기로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역사를 전공했지만 큐레이터에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러다 아르바이트로 전시관 레이블(유물의 이름표)의 설명을 부기하고 오탈자를 교정하는 일을 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관심을 갖게 됐고 학예사(큐레이터)시험을 통해 들어왔다. 원래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교수가 되어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내도 읽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전시는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큐레이터를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후회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큐레이터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주로 전시를 기획하고 해설하며 카탈로그를 발간하거나, 소장품을 구입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관람인원 통계를 내거나 전시관련 물품구입 후 정산처리를 하는 등 부수적인 행정과 홍보업무도 담당한다. 큐레이터가 어떤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 기관의 심사를 거쳐 채택여부가 결정된다. 혹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정책차원의 전시가 필요할 때는 기관 측이 먼저 관련 전시를 큐레이터에게 배정해준다.
큐레이터는 꼭 특정 학과를 나와야만 될 수 있나?
자연사 박물관이나 우주항공 관련 박물관 등 다양한 테마를 다루는 박물관의 큐레이터는 전공이 고고학이나 역사학과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예전에 근무했던 민속박물관만 해도 민속학, 의상학, 건축 등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 요새는 박물관 안에서도 디자인이 중요해 정말로 ‘학과·전공 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박물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에 맞춰 학과를 정하는 것보다는 현재 자신의 전공을 박물관 안에서 어떻게 살릴 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큐레이터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국립박물관의 경우 별도의 학예연구사 시험이 있고 평상시에도 계약직 채용공고와 인턴십 모집이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된다. 문화관광부에서 자격증 시험을 치는데 자격이 까다롭다. 하지만 학예사 자격증과 학예사 채용시험은 별개이다. 지원자들은 주로 경력인정 대상기관에서 실무직을 거친 다음 들어오는데 이때 실무직에는 정규직뿐만 아니라 인턴십, 일용직도 포함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http://www. museum.go.kr/)에 기재되어 있다.
큐레이터로서 일하면서 보람 혹은 어려움을 느낄 때는?
천문 관련 전시를 했을 때는 전공과 거리가 멀고 어려운 분야라 힘들었지만 전시내용이 잘 전달되어 관람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전시 소개를 난해하게 느끼고 불만을 토로할 때 힘들다. 전시의 배치, 구성, 유물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데 맘에 안 든다거나 정보가 부족하다고 민원이 들어올 때 회의감을 느낀다. 백과사전만큼의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까다로운 분들이 가끔 있다.
큐레이터로서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면?
우선 전문성이 중요하다. 더불어 큐레이터는 자신의 세계관을 남들과 직접 교감하고 공유해야 하므로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 대중성이 없다면 박물관은 그저 보물창고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려면 대중적인 호감도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큐레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밤을 새는 경우도 있고 좋은 시설 뒤에는 아등바등 일하는 모습도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역시 하나의 직장임은 분명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 국민대신문사 http://press.kookmin.ac.kr/site/main/view.htm?num=9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