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인력국경 없애야 진정한 FTA / 이호선 (법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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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을 거친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브뤼셀에서 한창이다. 양국 입법 기관의 비준을 남겨 두고 있는 한·미 FTA와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 EU 간의 FTA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로서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시장을 남겨두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자유무역협정들은 일단락되는 셈이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제도이고,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FTA의 바탕에 깔린 가치를 찾아내고 보완하는 작업은 중단돼서는 안 된다. 그 중 하나는 자유무역이라는 국제 교역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땅히 던질 만한 질문들을 던졌는지 돌이켜 보는 것이다. 이는 FTA 협상과 경험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는 측에서 자유무역의 대상과 목적을 처음부터 극히 제한적으로 던져 준 것을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 덥석 받아든 데서 기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FTA 협상 테이블의 의제는 상품과 서비스의 무관세 교역이고,그간의 모든 관심도 여기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무역의 가치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 이상의 것에 있다. 관세를 없애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의 일차적 목표지만 그것은 목적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자유교역이 달성돼 하나의 시장처럼 당사국 간 시장이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만 진정한 FTA가 된다. 그런 점에서 상품,서비스,자본의 자유이동을 보장하도록 하면서,정작 인력의 자유이동을 묶어놓거나 아예 의제에서 빼고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우리의 상품을 자유롭게 현지에서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대국가에 대한 입출국 및 주거의 자유,상대국 국민에 준하는 사회 복지와 편의,피부양자의 동반 거주 및 교육권 등이 보장될 때 진정한 자유교역의 정신이 달성된다. 한마디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인력의 자유이동 및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절차적 비용과 시간의 손실이 없어야만 FTA의 참된 목적이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묶어 놓고 상품과 서비스 및 자본의 교역에 따른 관세 내지 간접적인 무역장벽의 철폐만을 고집한다면 자유롭게 이들을 유통시킬 수 있는 그룹들에만 더 많은 이윤획득의 기회를 만들어 줄 뿐이다.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회의 땅은 소수에게만 허용될 뿐이다. 세계화가 바로 양극화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FTA가 양극화의 주범이 되지 않으려면 미국산(産) 쇠고기의 무관세 수입을 걱정하는 대신 우리 농민들도 자유롭게 미국 내에서 영농과 목축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영농기업을 만들고 생산과 이윤 창출 행위가 자유로워야 한다. 유럽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상사 주재원들은 단기 비자 갱신 문제로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소비하거나 고용,거주 및 교육에 있어서의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한 자국민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 FTA를 넘어 완전한 공동시장을 지향하는 유럽연합은 일찍부터 인력의 자유이동 없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교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이러한 정신을 법과 제도로 구현해 왔다. FTA 시대에서 눈에 보이는 관세의 장벽은 없어질 운명이지만,상대 국가의 물품 및 서비스의 수입과 유통절차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은 다양한 장치와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FTA의 게임에서 완패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이런 숨겨진 장벽에 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FTA라는 파고(波高)에 평면적이며 미시적인 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으려면 이런 관점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상품,서비스와 자본에 인력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고 향후에도 전개될 FTA 협상의 주요한 전략수단이자 놓쳐서는 안 될 철학이다. 원문보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7091982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