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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쇠붙이로 ‘가갸거겨를 썼네’ / 금누리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의 외벽에 묘한 담쟁이넝쿨이 들어섰다. 검붉게 녹슨 금속 외벽 위로 뻗어내리고 있는 넝쿨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판에 자석을 이용해 한글의 자음과 모임이 매달려 있는 작가 안상수씨의 타이포그래피 작품이다. 박물관 내부 2층 벽면에 설치된 안상수씨의 ‘오!’는 ‘반투명 가림막 뒷면에서 빛이 은은하게 비추인다’는 한글 문장으로 감탄사의 느낌을 담아낸다. 3층 전시장은 조각가 금누리씨의 작품. 금씨가 자동차 배기관 같은 버려진 고철을 수거해 만든 작품들은 ㄱㄴㄷ 같은 한글을 연상케 한다.

지난 2003년 11월 개관한 쇳대박물관은 10월9일 한글날을 맞아 한글과 쇠를 접목한 이색 기획전을 마련한다. 지난 13일 개막한 ‘금누리+안상수=?’전은 미술가의 40년지기인 조각가 금누리(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씨와 타이포그래피작가 안상수(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씨가 함께 하는 2인전.

각기 조각과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면서도 타 장르와의 만남과 실험에 도전해온 두 작가는 이번에 공동 작품전을 통해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한글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금누리+안상수=?’전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체를 만들어왔다. 한글 서체 개발과 타이포그래피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진 안씨는 물론, 금씨는 ‘7 L 21’‘―T’‘D’ 등 한글자판 대신 숫자, 영문과 기호를 활용해 자신의 이름을 표기하는 ‘두루쓰기’체를 실험하는 등 한글의 조형성을 주목해온 작가. 쇳대박물관 전시를 통해 안씨는 건물외벽과 2층 전시장에, 한편 금씨는 3층 전시장에 한글의 조형과 이미지를 활용한 금속 소재의 작품을 발표한다.

안씨는 “이 시대 시각문화 그리고 디자인의 중심은 한글 그리고 타이포그래피”라며 “금씨와는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실험과 기가 맞아 서로를 격려하며 작업해왔다”고 밝힌다. 안씨는 건물 외벽의 ‘풀잎 끝 아침이슬’을 비롯해 2층 전시장의 ‘오!’와 한글 문자도 등을 통해 한글 자음과 모음의 이미지를 소재로 독특한 작업을 펼친다.

한편 마침 자신의 생일인 13일 개막식을 치른 금씨는 “사람들이 ㄱㄴㄷ같은 한글을 읽어내는 고철은 그 이전에 버려졌던 땅에선 지렁이 나비 등이 부비고 스쳐 지나갔던 안식처이기도 하다”며 버려진 쇠에서 사람의 눈뿐 아니라 자연 생물의 감촉까지 담아낸다.

40년지기의 공동 실험

1952년생 금씨와 1953년생 안씨는 1970년 홍익대 입학 동기. 조각과의 금씨와 도안과의 안씨 등 두 사람이 전공은 달랐지만 신입생 시절 같은 강좌를 수강한 인연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저 대학 동기가 아니라 졸업 후 각기 작가로 활동하면서 두차례 2인전도 가졌고, 출판을 통해서도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1977년 토탈미술관의 출판물 ‘꾸밈’의 편집장과 아트디렉터로 협업했으며, 1988년엔 문화실험잡지‘보고서/보고서’를 함께 창간했다.

서로를 ‘존경하는 친구’라고 부르는 두 사람은 1993년 서울 온갤러리에서, 또 2004년 헤이리 소담갤러리에서 2인전을 열었다. 이번 쇳대박물관 전시는 두사람이 함께 하는 세번째 전시다. 10월12일까지. 02-766-6494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09190103303004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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