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방송 한길 ‘시선집중’ 철저한 프로…200회 맞는 ‘MBC 100분토론’ 진행자 손석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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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8 16:30
손석희(48)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칭찬 일색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인,예비 방송인들이 가장 닮고 싶은 방송인,정치권이 가장 영입하고 싶은 방송인,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최고의 인기검색어는 정치인 아무개가 아니라 방송인 ‘손석희’로 나타났다. 꽤 오랜 시간동안 인기와 영향력을 함께 누려왔으면서도 그는 스캔들 한 번 없다. 17일 ‘MBC 100분토론’ 200회 특집(20일 밤 11시5분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손석희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다. 사람들 많이 안 만나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데 난 많이 안 만나요. 사람을 많이 알면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방송 진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알다시피 우리 사회가 ‘안면사회’ 아녜요? 저는 아예 ‘안면’을 안 만들어요. 특히 잠재적 인터뷰 상대나 패널들은 절대 안 만나죠. 물론 만나자는 사람은 있지만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가장 소중한 미덕이랄 수 있는 중립성을 그는 매우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선 날카롭게 질문하고,‘100분토론’에서는 엄정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민감하기 그지없는 정치 토론과 인터뷰를 밥먹듯 진행해온 그에게 편파성의 딱지가 붙지 않는 것은 이런 자기관리 덕분이다. 다음 생각은 안 해요 “이 프로그램을 끝내고 다음에 뭘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나는 아나운서로 주어진 프로그램을 하는 입장이거든요.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럭키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진행하는 두 프로그램에도 만족합니다. 다만 지금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아나운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손석희는 교수나 시사평론가,혹은 기자 출신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보다 낫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 이유는 한 눈 팔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기회나 주변을 쳐다보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프로그램을 최고로 만들어낸다. 인기와 영향력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오게 마련인 야심이 그에게서 읽히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는 안 맞아요 “정치는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는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직업을 통해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죠. 그러나 나는 정치에 맞지 않아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회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내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는 정치와 권력을 냉소하지 않지만,그렇다고 특별한 우위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권력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건조하다. 정치를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보는 그의 지극히 기초적인 인식은 방송도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방송인과 정치인을 등치시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돈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프리랜서로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진행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있고,그 프로그램을 내가 너무나 하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프리랜서로 갈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는 손석희 평가에 대한 거품을 확인하겠다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으나,결국 그의 성공비결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굳이 한 마디 하자면 말 하나 하나가 너무 깔끔해 좀 징그럽더라는 정도. 김남중기자 njkim@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