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미디어비평 'n번방'..... 26만 명이라는 '집단'이 '텔레그램'에서 벌인 '성 착취 범죄' / 조수진(교양대학)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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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0년 3월 28일 (토) 20:20~21:00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n번방'..... 26만 명이라는 '집단'이 '텔레그램'에서 벌인 '성 착취 범죄' - 집단적으로 이뤄진 잔인함, 텔레그램이라는 특수한 플랫폼, 성착취라는 심각성... 사건명에 담겨야
◆ 조수진 교수 (이하 조수진)> 안녕하세요. ◇ 김양원> 코로나 19로 온 국민이 참 힘든 상황인데 지난 한주 극악하다, 엽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된 사건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인데요. ◆ 조수진> 보통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라고 흔히들 칭하고 있잖아요? 근데 먼저 우리가 이번 사건의 명칭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리가 1년 전쯤에 그때도 성폭력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사건명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명은 그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 되는데요. 우리가 부르는 사건명에는 우리가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관점이 담겨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되면서 대부분 N번방 사건으로 보도됐는데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다음 날부터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른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YTN은 보니까 ‘뉴스가 있는 저녁’에서 지난 25일에 이제부터 우리는 이번 사건을 집단 성 착취 영상거래 사건이라고 칭하겠다고 하고 이 용어를 사용하더라고요. MBC도 이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 김양원> 저희 YTN 라디오 그리고 YTN TV 같은 경우에는 이 사건을 디지털 성 착취 범죄로 통일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 조수진> 좋습니다. 저는 이번 사안에는 ‘집단’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게 집단적으로 너무 잔인하게 이루어졌고, 관전자까지 포함해서 26만 명이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담한 내용이기 때문에 집단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야 사건이 명확하게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 김양원> 저도 오프닝에서 말씀드렸지만 정말 이렇게 범죄가담자들이 이렇게 많은, 암묵적인 범죄 가담자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맞네요. 정말 집단이라는 말은 들어가야 하겠네요. ◆ 조수진>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이버공간 범죄라고 대충 아우르지 말고 이번 건은 분명 텔레그램 건이니까 그거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무수히 많은 플랫폼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하나씩 고유명사를 붙여야 사태의 심각성을 계속 알릴 수 있고 또 플랫폼 책임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게 되는 거고요. N번방 하면 정확하게 그 사건이 와 닿지 않습니다. 약간 N번방은 유희적이고 잠시 가볍게 즐긴 느낌, 이런 사건을 설명하는 명칭으로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사건명은 들었을 때 그 사건이 어떤 사건이라는 것이 아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하고요. 이전에도 여러 사건에서 이런 문제들이 있어 왔지요. 주취자 폭행 사건도 ‘대림동 여경사건’이라고 네이밍되면서 혐오 문제로 확산됐고요. 어떤 사건은 피해자 이름이 들어가기도 했고. 관점이 아닌 가해자 관점인 경우도 있었죠. 성폭력인데 성 상납, 이런 식으로. 사건명은 그 사건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시각과 관점이 담겨 있어야 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 김양원> 네 요약하자면 교수님 말씀을 좀 정리하자면 ‘텔레그램’ 들어가야 되고 ‘집단’ 들어가야 되고. 그러면 텔레그램 집단 성 착취 범죄 뭐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될까요? ◆ 조수진>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마지막에 말씀해 주신 게 그 본질을 흐리지 말자. 중요한 내용인 거 같아요. 안 그래도 이번 사건의 용의자 조수빈이 포토라인에 섰을 때 난데없이 유명인의 이름을 꺼내서, 다들 사실은 이 사건의 본질은 어디로 가고 아니 왜 그 사람들이 나온 거지? 하고 그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좀 황당했어요. 이번 사건은 사실 좀 무관한 이름들이었잖아요. ◆ 조수진> 그래서 뭐 그냥 하루 종일 실검에 손석희 사장 이름이 올라있고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냐 등에 대한 의문을 써 내려간 보도도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조주빈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여러 가지로 분석들이 되고 있지만 일단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보이고요. 굉장히 머리를 쓴 거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기사 내용이 있어서 서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굉장히 많은 소리들이 등장을 하고 있으니까. ◇ 김양원> 그러게요. 저희가 이런 것 하지 말자고 누누이 미디어비평을 통해 지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조주빈이 어느 학교를 다녔다, 학점은 얼마였더라, 심지어 학점이 잘 나왔다는 것까지, 봉사활동 내용까지. 사실 우리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런 디지털 성범죄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비밀을 지키면서 공유했는가 이게 아닐까 싶은데, 불필요한 내용들의 서사가 많더라고요. ◆ 조수진> 네 맞습니다. 언론은 범죄행위에 집중해야 하고요,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에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석 진단하고 정책과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 프레임의 기능이 그런 건데요. 우리가 프레임의 기능을 보통 4가지 정도 이야기하는데 사회 문제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요. 그러니까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 정리하는 게 첫 번째고요.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동시에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고 끝으로 대안을 제시해 주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하거든요. 일원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런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때 과연 이런 프레임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좀 생각을 해 봐야 될 거 같습니다. ◇ 김양원> 네 교수님 그러면 우리가 한번 사례를 통해서 살펴볼까요? ◆ 조수진> 한겨레와 국민일보가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서 다뤘는데요. 한겨레가 지난 24일 ‘텔레그램 성범죄 해결 청원 누가 누더기로 만들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 지난 1월 국회 청원 때 10만 명 동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회가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면서, 입법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을 인식하고 양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경향신문 역시 오피니언 면에서 ‘정치권 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처벌강화와 정치권이 이번 사건을 총선으로 이용할 생각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지적을 합니다. 같은 날 대부분의 보도가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다뤘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더 나아가 범죄행위에 집중해서 정책과 방향을 고민하는 모습들을 신문사에서 보여줬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양원> 이번 사건이 사실 전례가 없었다고는 하는데 성폭력 처벌특례법 25조에 따라서 처음으로 최초로 신상이 공개되는 사례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이게 신상 공개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열린 다음에 신상이 공개되어야 하는데 언론이 이걸 기다리지 않았죠. 하루 전날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SBS가 먼저 보도를 했어요. 그러니까 사실 이 위원회 결정이 그날 오후에 나왔는데 다음날 오전에 다른 언론들, 대부분의 언론들이 신상공개위원회 결정과는 관계없이 조주빈의 사진 등의 신상을 공개했죠. ◆ 조수진> 그렇습니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만 계속 그냥 조 아무개 씨로 표기를 했고요. 저는 이걸 보면서 과연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루 전에 발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단독 욕심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BS가 위원회 결정 하루 전날 8시 뉴스에서 이번 사건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성범죄인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을 해서 공개했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습니다. 근데 위원회 결정이 난 후에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단독에 대한 욕심보다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프레임을 세워서 그 기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양원>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지금 여러 곳에서 여러 각계각층에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전국언론노조죠. 성평등위원회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여기서 긴급 지침을 발표했다고요. ◆ 조수진> 2차 피해 가능성을 명심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취재와 보조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 또 범행에 구체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달지 말 것. 가해자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할 것. 피해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표현을 하지 말 것. 또 성범죄자가 비정상적인 특정인으로 보이도록 하지 말 것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 김양원> 지금 6가지 정도를 기침을 긴급 지침이라고 발표를 했는데 이 내용들을 보니까 사실 조수빈 스스로도 포토라인에 섰을 때 악마 같은 삶, 스스로 악마라고 지칭한 거잖아요. 근데 우리가 사실 가해자를 악마,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인 특정인으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군요. ◆ 조수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쓰지 말라는 거고요. 또 몹쓸 짓, 검은손,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이런 가해행위에 대한 모호한 표현은 인권 침해 문제를 가볍게 인식하거나 또 심각성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주의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도 제목으로 달지 말자고 했는데요. 이런 심각한 범죄 보도에서 용어 사용은 정말 중요합니다. 언론 보도에서 제목이 선정적인 경우가 그동안 참 많았었거든요. 이거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 보도에서도 17세 고등학생의 사망, 너무나 안타까운 소식이었는데요. 이런 소식을 다루면서 미스터리 이런 식의 제목과 자막이 이번에 비판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언론이 이렇게 모든 사건 보도에 있어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 용어 사용은 정말 자제해야 합니다. ◇ 김양원> 대구에 17살 고등학생이 마지막에 코로나 19 양성이 아니었다고 드러나긴 했지만 도대체 코로나가 아닌데 왜 갑자기 이렇게 건강하던 그 아이가 사망했을까, 이런 걸 다루면서 미스테리 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렇군요. 이번 사건에서 한겨레. 국민일보 앞서 언급해 주셨는데 기획 기사를 통해서 사실 이 사건을 의제화 하는 데 좀 큰 역할을 했죠. 그리고 대학생 두 명이라고 들었는데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해서 지속적으로 이런 성 착취 동영상의 공유 등을 지켜보고 세상 밖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알린 추적단 불꽃, 이곳 취재가 화제가 됐어요. 불꽃 취재단이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 그리고 보도 이후에도 잠깐 반짝했다가 사그러지지 말고 지속적으로 용의자들의, 가해자들의 처벌 과정을 좀 면밀하게 다뤄 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죠. ◆ 조수진> 아주 뼈 있는 조언입니다. 학생들이 언론의 역할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별히 성 관련 보도에서 단독 욕심내지 말고요. 스토리 만들지 말고 범죄행위의 본질에 굉장히 집중을 해야 되거든요. 이런 것도 좀 신경 써야 될 거 같고,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너무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양형 기준에 대한 정책 마련 또 방향설정 등에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사건을 대하면서 지난 사건 중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던 잊고 있던 사건은 없었는지도 좀 생각을 해 봐야 될 거 같고요.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이번에 남성 대 여성의 대결 구도로 논쟁이 좀 일부 있었거든요. 이거 역시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서지현 검사가 이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이번 사건은 남녀의 전쟁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이다. 그러니까 본질에 충실한 보도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습니다. ◇ 김양원> 네 일부에서는 이번 텔레그램 디지털 집단 성 착취 범죄의 피해자에 미성년자가 포함됐다고 하는데 이 여성들이 어차피 처음부터 대가를 받고 스스로 그런 피학적인 동영상을 찍은 게 아니냐 이런 비난을 하는 댓글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이 세상에 당해도 싼 범죄는 없다. 이게 대학생 취채단인 추적단 불꽃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조주빈 등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 운영자들이 사실은 이거를 빌미로 해서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계속해왔던 명분이었잖아요. 너희들 스스로 찍은 거니까 그걸 또 빌미로 해서 계속해서 그런 가학적, 피학적인 영상들을 찍게 만든 거. 피해자 대한 비난 대신에 보호해 줘야 됩니다. 그래야 또 다른 N번방의 피해자들이 자기를 스스로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조수진> 그렇습니다. 다른 방들이 너무 많다고 하죠. ◇ 김양원> 많다고 해요.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수진>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ytn.co.kr/_ln/0103_202003300815544728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