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세계 자동차 디자인 평정한 'RCA 인맥' / 김종서(공업디자인) 교수

재규어 2008 XF-이언 "시대 추월하는 디자인 목표"

볼보 S시리즈-피터 "부드러운 곡선으로 안전성 강조"

푸조 펠린룩-키스 "고양이 눈 형상화한 얼굴 창조"

바야흐로 '자동차 디자인 전성시대'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점차 비슷비슷해지면서, 매일 마주하는 자동차의 '얼굴'이 소비자들에겐 중요한 구입 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는 것. 그런 맥락에서 영국 런던의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왕립예술대학(RCA· Royal College of Art)은 의미가 깊다. 이곳은 세계 디자이너들의 보고(寶庫)로, 세계 자동차 업계 '스타 디자이너'들의 양성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 디자이너 인명록의 반은 거뜬하게 구성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극찬한 그곳. 자동차 디자인 세계 곳곳에 촘촘히 퍼져 있는 'RCA 인맥'을 해부했다.

■RCA‘ 맏형’은 이언 칼럼

RCA 인맥 계보 중 가장‘맏형 격’으로는 재규어 수석디자이너 이언 칼럼(Callum)이 꼽힌다. 그는 1968년, 13살의 나이로 재규어에 무작정 디자인 스케치를 보내기도 한 두둑한 배짱의 소유자다. RCA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 학위를 땄다. 1979년부터 11년간 포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는 1990년, 영국의 자동차 디자인 회사‘TWR 디자인’에 합류한다. 그는“나는 그 당시 영국 의 한적한 마을 키들링턴(Kidlington)에 박혀, 내가 원하는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마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곳에서 그는 대표작으로 꼽히는‘애스턴마틴 DB7’을 디자인했다.

1999년, 그는 제프 로슨(Lawson)에 이어 재규어의 수석 디자이너로 부임했다. 취임사에서 그는“로슨 시대에서 벗어나, 재규어의 기존 X-Type, S-Type 모델과는 다른 디자인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의 이런 꿈을 반영하는 모델은 바로‘2008년형 XF’. XF 모델은 재규어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디자인으로 평가 받는다.

■혁신의 계보를 잇는 사람들

RCA의 또 다른 유명디자이너로는 “볼보의 디자인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 받는 피터 호버리(Horbury) 포드 북미디자인담당이사가 꼽힌다. 영국 크라이슬러에서 자동차 디자인 인생을 시작한 그는 볼보 네덜란드 지사에서 일하며‘480 쿠페(coupe)’디자인에 참가한다. 1991년부터 11년간 볼보에서 일하며, 그는“볼보 브랜드의 부활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새로운 볼보 언어(language)를 창조하겠다”고 선포하고, 안전성을 강조한 볼보 특유의 박스 스타일을 탈피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네모 위주로 돼 있던 볼보 스타일에 둥그런 코와, 부드러운 곡선을 가미한 것. 1997년형 Volvo C70, 1998년형 S80, 2001년형 S60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최근 기아차의 신차‘쏘울’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기아의 피터 슈라이어(Schreyer) 디자인총괄부사장 역시 RCA 출신. 기아차로 옮기기 전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아우디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하며 아우디 TT, 아우디 A6 등 디자인 변혁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도 그의 대표작. 푸조의 디자인총괄 디렉터 키스 라이더(Ryder)는 슈라이어 부사장의 동기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에도 불구하고 25년 동안‘푸조맨’을 자처하며 푸조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펠린룩’(고양이눈을 형상화한 얼굴)을 완성시킨 주인공이다.

■한국인 출신 RCA 동문은 누구?

국내에서도 줄잡아 40여명의 RCA출신이 자동차 디자인 업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RCA 출신 1호는 박종서 국민대 교수. 2004년 현대·기아차 디자인연구소장(부사장)을 끝으로 기업 현장을 떠난 그는 1980~1981년 RCA에서 공부했다. 최근 출시된 GM의 라세티 프리미어 디자인을 총괄한 GM대우 김태완 부사장 역시 RCA 출신. 그의 디자인 철학은 지난해 뉴욕모터쇼에 나온 콘셉트 경차‘비트’에 그대로 투영됐다. GM의 미래와 현재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은 이 차의 디자인에 매료된 릭 왜고너 회장이 서둘러 상품화를 지시했고,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차종민 전(前) 현대차 디자인연구소장 역시 RCA 출신. 지난 1982년 RCA에 입학한 차 소장은 이후 현대차 디자인 혁신의 신호탄이 된 스쿠프와 엘란트라를 직접 디자인했다. 그랜저, 쏘나타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최신 차량도 최종적으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3&aid=0002003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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