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GM, 반면교사 자격 충분하다 / 유지수(경영) 교수 | |||
---|---|---|---|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GM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너무 높아 독과점법 위반을 걱정하던 회사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회사다. 이런 회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의 한 연구센터는 GM이 파산하면 250만 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다. 파산에 따라 소득이 줄어들면 내년에 500억 달러, 추후 3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세수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이 GM을 지원하자고 앞장서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GM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원해봤자 어차피 망할 것이라는 지원 무용론이다. 이미 GM은 480억 달러의 부채가 있어 250억 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아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자동차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 가능한 모델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GM의 주력 모델은 연비가 매우 나쁜 SUV와 대형 픽업트럭뿐이다. 기름값은 비싼데 연비 좋은 차가 없어 일본차나 한국차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이다. 비용 구조도 문제다. 미국의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비용 구조 면에서 취약하다. GM의 인건비는 미국 내 도요타 공장 인건비보다 약 50% 이상 비싸다. 미국 자동차가 잘 팔릴 때 막강한 힘을 지닌 미국의 자동차노조(UAW)가 인건비를 한껏 올려놓은 것이다. 또 은퇴한 78만 명의 건강보험도 빅3가 모두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인건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할 돈을 엉뚱한 데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UAW의 획기적인 양보로 신탁기금을 설치하고 은퇴자에 대한 건강보험은 이 기금에서 지출하기로 하였지만 때는 늦은 것 같다. 자유경제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정부가 GM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UAW가 빅3의 노동 공급을 사실상 독점, 임금을 왜곡시켰고 이 결과로 미국 완성차 메이커의 경쟁력이 상실되었다고 보고 있다. GM을 파산시키고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갖춘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UAW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일단 파산선고를 하게 되면 GM이 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여름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빅3가 파산하면 다른 회사의 자동차를 구매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0% 이상이었다. UAW는 GM이 파산선고를 하면 신탁기금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GM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벌일 것이다. 파산선고가 판매 급락과 소송으로 이어져 GM이 영원히 문닫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GM이 파산하면 그 여파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미칠 수 있다. GM 공장이 모두 문닫으면 연쇄적으로 미국 부품기업이 도산하게 되고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과 곧 생산을 개시할 조지아의 기아차 공장이 이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에서 생산차질이 생기면 미국에 동반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 부품기업도 많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결국 GM의 파산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히게 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한국의 금속노조가 UAW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국내 자동차 관련 노조투쟁을 보면 UAW보다 강도가 높으면 높았지 결코 약하지 않다. GM의 위기가 '깨달음'으로 이어져야 한국 경제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수렁에 빠진 UAW를 보고 우리 금속노조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우린 UAW처럼 바보 짓은 안하고 회사가 망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투쟁한다'고 생각하는 아닐까. 10년 전 UAW의 지도자들이 “우리는 빅3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 투쟁을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19826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