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손영준의 미디어 비평] '언론 때리기'서 돌파구 찾나 / 손영준 (언론정보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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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지였던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필요하다면 대통령을 정면 공격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절감하고 있다. 권력누수도 문제지만, 퇴임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권력의 생리다. 노 대통령의 언론 비판을 보자.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언론은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는 불량상품"이라며 비판했다. 극단적인 표현이다. 물러설 수 없다는 결기가 묻어난다. '언론의 횡포' '선출받지 않은 권력'이라는 그 동안의 어조에 비해 한층 수위가 높다. 노 대통령의 언론 비판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대중 정권 후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비판, 언론개혁을 주요 선거의제로 삼았다. 일종의 승부수였다. 예선과 본선에서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세무조사로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노 후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노 후보는 당시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했다. 초기 여론조사에서는 2~3% 지지율에 머물렀다. 그러나 예선에서 이인제, 한화갑 후보를 제쳤다. 본선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언론비판을 의제로 택한 선거전략이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하다.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대통령 노무현'이 됐다. 언론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은 서구에서도 논쟁거리다. 언론의 비판적, 정파적, 해석적 보도가 지나치면 사람들에게 합리적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현실인식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언론자유를 막을 방법은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렇다. 언론자유는 권위주의 후진 사회에 비해 선진국에서 더 만개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언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은 언론이 국가 권력의 통제로부터 시민사회를 지키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은 '사회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정책결정자가 생각하는 의제와 언론, 여론의 의제는 노 대통령의 지적처럼 다를 수 있다. 세 가지 의제(정책의제, 언론의제, 여론의제)는 단기적으로 상당한 괴리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수렴하게 돼 있다.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이 불량상품이라면, 그래서 여론의제가 정책의제와 크게 다르다면 정부의 정책의제가 불량상품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세 의제를 수렴하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정책 홍보나 공보를 통한 정부의 여론 설득이 그 기능이다. 그럼에도 세 의제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면 정부의 정책운영이 미숙했는지 짚어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못마땅한 점이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지 못하는 몇몇 보수성향 언론의 논조가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이다. 몇몇 진보성향의 신문과 방송이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섭섭할 것이다. 그래서 더 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난관을 풀어가는 시발점을 또다시 언론비판에서 찾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몇 년간 정부와 언론관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변한 것이라면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대통령의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정부와 언론은 각자의 영역이 따로 있다. 정부와 언론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판정관은 국민이다. 여론은 단기간에는 각색, 윤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여론일지라도 일정기간 지속된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지금의 언론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론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는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이어질 것이다. 언론비판은 전략적 동기로 제기할 것이 아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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