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에세이―김대환] 아름다운 길 / 김대환(음악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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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프랑스 시골의 작은 성에서 메뉴힌 콩쿠르 심사위원들의 연주회를 들은 적이 있다. 메뉴힌 콩쿠르의 우승자였던 일본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하토리와 첼리스트 로버트 코헨, 그리고 심사위원장인 피아니스트 부르노 카니노가 멘델스존 트리오를 연주했다. 조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실내악 연주인데 젊은 두 현악기 주자와 70세가 넘은 피아니스트라니….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을 배려한 다소 형식적인 음악회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부르노 카니노는 정열적이고 힘있는 연주로 트리오를 이끌어갔다. 원숙미가 넘치는 그의 음악은 멘델스존 트리오 곡에서의 피아노 역할을 극대화하였으며 그날 밤 성에 있었던 청중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하였다. 다음날, 그 콩쿠르의 디렉터인 고든 백으로부터 그가 피아노를 연습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시켜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기심에 그의 연습을 강당의 뒷문에서 엿보던 나는 그가 연습 중에 악보에 끊임없이 노트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70세의 나이에 끊임없는 연습과 연구…. 문득 2004년 내한했던 이다 헨델의 독주회가 떠올랐다. 당시 75세를 넘긴 구부정한 그녀가 힘겨운 걸음으로 간신히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무대 중앙에 ‘도착’했을 때 대다수의 청중들은 그날의 연주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것이다. 나도 바이올린의 ‘전설’을 직접 본 것에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 큰 무대에서 한없이 작아보였던 그녀는 바이올린을 들자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로 단숨에 좌중을 압도해버렸다. 젊은 연주가도 소화하기 어려운 그날의 길고도 화려한 프로그램을 보고 과연 제대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우려했던 사람들을 비웃듯 모두 외워서 연주한 이다 헨델. 청중들을 울컥하게 만든 그녀에게 기립박수가 아낌없이 쏟아졌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프랑스에서 돌담길을 걸으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게 만들어 버린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패기에 많이 부끄러웠다. 자신의 일에, 음악에 흠뻑 빠져서 사는 그들, 나 같은 젊은이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리는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다. 김대환(국민대 교수·바이올리니스트) 원문보기 : http://www.kukinews.com/special/article/opinion_view.asp?page=1&gCode=opi&arcid=0920588524&cp=n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