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지분형 주택'의 법률적 함정 / 이호선(법)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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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7일 내놓은 '지분형 주택분양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 부담을 대폭 낮춰 줘 내 집 마련의 기회와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인수위원회가 언론에 발표하고 별도로 문답식으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이 안(案)의 밑그림을 그릴 때 몇 가지 중요한 법률적 얼개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과반수의 지분(51%)을 갖게 될 주택 실수요자를 '주택 소유자'라고 부르고 있는데,이는 공유도 어디까지나 소유에 포함되는 만큼 틀린 말은 아니나 자칫 국민들에게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공유 거주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과반수에 미달하는 지분을 가진 투자자도 집 소유자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안의 골격은 무주택자 개인으로 하여금 지분의 51%를 확보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49%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것인데,이는 현행 민법상의 공유 지분의 법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민법상 공유물은 공유 지분과 관계 없이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는 일방적으로 변경,처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만 그 관리 행위만 지분 과반수로써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투자자의 주택지분 비율이 얼마가 되었건 일방적으로 투자자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유 지분의 회수(Exit) 과정이 궁극적으로 공유물 분할에서 나오고 이는 당사자 사이에서 협의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 현물 내지 경매 분할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공유 거주자의 경우 전매기한 제한 이후엔 언제든지 주거권을 상실할 위험에 노출돼 있고,특히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경우엔 상승 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것에 비해 주거권 불안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공유 거주자에게는 전매기간 제한을 두는 반면 임대차는 허용한다고 하는데 이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증금을 수령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그런 경우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은 두 명 이상이 될 것이고 전ㆍ월세 계약 종료 후 보증금 반환 채무도 여러 명에게 분할적으로 귀속되므로 임차인으로서는 번거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나마 그 투자자가 기관이 아닌 개인이고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긴 경우엔 보증금 회수도 만만치 않은 법률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 공유 거주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채권자가 유일한 재산인 주택 지분을 강제 집행할 때도 전매제한 기간 중에는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이렇게 될 경우 공유 거주자는 자기 자금을 들인 부분을 이용한 금융 융통행위도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다. 참여정부의 최대 실정(失政) 중 하나는 법 형식주의 내지 법 만능주의에 있었다. 형식적으로 법의 형태를 갖추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논리,형식적 적법과 정당성을 혼동해 오만과 편견을 정책화·제도화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고 이것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냉소적 심리와 불신을 가중시켰다. 그래서 툭하면 특검법이 나오고 대통령은 '그놈의 헌법'이라고 말할 정도가 되지 않았는가. 이번 인수위의 지분형 주택분양제도 안을 보면서 과거의 정부가 이념을 앞세워 법을 도구화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 정부가 경제를 앞세워 법을 수단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기본적인 법의 이념과 틀을 먼저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시장이 굴러가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15&aid=00010308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