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전영우]평생 나무 몇그루 심어야 할까 / (산림자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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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도 사제동행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과 강원 홍천군 국유림에서 나무를 심었다. 나무 심기에 앞서 식목의 의미를 상기시키고자 산에 나무를 심어본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서로 두리번대며 살펴볼 뿐 산에서 직접 나무를 심어봤다는 학생은 없었다. 화제를 바꾸어 한국인이 일생 동안 사용하는 목재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시멘트 집에서 사는 형편에 한 사람이 목재를 쓰면 얼마나 많이 쓴다고 하는, 마땅찮은 표정이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사용하는 종이 기저귀부터 휴지, 공책, 교과서, 신문지, 복사지, 결혼할 때 해가는 혼수용 가구, 죽어서 관에 들어가 묻힐 때까지 쓰는 전체 목재의 양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조금 심각해진다. 60년생 소나무로 계산하면 목재로 사용하는 게 150그루, 종이로 86그루 등 총 236그루라는 수치를 들이대니 생각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눈치다. 마침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개개인이 236그루를 베어서 쓰기만 하고, 심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소풍가는 기분으로 조금은 들떠 길을 나섰던 학생들의 태도는 이 질문 앞에 비로소 진지해졌다. 나무 심기가 단순히 식목행사의 의미를 떠나 희망을 심고,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과업이자, 생태 윤리를 실천하는 산 현장이라는 깨침까지 덤으로 얻었다면 사제동행 세미나는 대성공인 셈이다. 나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덕분에 해마다 식목일 즈음이면 남보다 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래서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에서 소개한 ‘탄소 중립 프로그램’은 나의 이런 삿된 자부심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렸다. 탄소 중립 프로그램이란 “기업이나 가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통해 계량화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탄소 중립 표준안을 마련해 온실가스 배출자가 스스로 탄소 감축을 실천하거나 타인의 실적을 구매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동참하기 위한 자발적 활동”이라 정의한다. 지금까지 식목 행위와 관련해 우리에게 부여된 생태적 책무란 거칠게 표현하면 한 개인이 일생 동안 사용하는 목재의 양만큼 나무를 심는 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협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개인이 대기 중으로 배출한 온실가스까지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다시 고정해야 할 생태적 책무를 안겨준다. 나에게 부과될 새 생태적 책무를 측정하고자 먼저 에너지관리공단이 제공한 프로그램으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계산해봤다. 전기와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을 이용하면서 월 283kg의 탄소, 직장까지 통근하느라 또 월 300kg의 탄소를 배출했다. 작년에 비행기로 다녀온 몇 번의 학회 참석과 해외 현장실습으로 배출한 탄소의 양까지 포함하면 지난 1년 동안 약 탄소 10t을 대기 중으로 배출한 것으로 산정됐다. 일생 동안의 소비량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나무를 심었다고 거들먹거리던 나의 흰소리는 이것으로 끝났다. 그 대신 매년 배출하는 10t의 온실가스를 고정하기 위해 적어도 5ha의 숲을 직접 조성하거나 또는 그만한 면적의 북한이나 몽골의 산림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야 할 생태적 책무가 새롭게 안겨졌다. 독자 여러분의 사정도 다르진 않을 것이다. 평생 쓸 236그루의 나무는 물론이고,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숲도 조성해야 한다. 이번 식목일에는 더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각자가 평생 몇 그루를 심어야 할지 헤아려보며 나무를 심자. 전영우 국민대 교수·산림자원학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0&aid=00019507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