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시론] 북한이 시끄러운 이유 / 안드레이 랑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
---|---|---|---|
"조건없는 지원 계속하라" 또 하나의 벼랑 끝 전술 북한이 시끄럽다. 개성 공단에서의 남측 당국자 추방, 미사일 발사, NLL 무력화 발언, 이명박 대통령 비판 등이 보여주듯 북한 정권이 의도적으로 남북 관계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이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북한 정책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시작하리란 것을 올해 초부터 예언하고 있었다. 벼랑 끝 외교에 능숙한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양보를 받기 위해서 같은 전술을 계속 쓰고 있다. 북한은 보통 위기를 먼저 조성한 뒤 긴장이 고조되면 이런 긴장을 해소하는 것을 명분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받아 내는 전술을 사용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이 도발을 통해서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1990년대 말부터 북한 정권은 남한과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아무 조건 없이 받고 있다. 분배 과정을 감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북한 정권은 식량과 소비품을 서민보다 먼저 군인이나 노동당 간부 그리고 평양 시민들 같은 김정일 정권의 기반으로 보는 사회 계층에게 분배함으로써 체제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남한의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 이러한 지원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정부가 '비핵·개방·3000' 구상은 북한 경제를 재생할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비핵·개방·3000'은 결코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평양 정권은 핵 포기도 개방도 자신의 통치와 특권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여길 근거가 있기 때문에 '비핵·개방·3000' 구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통치자들에게 경제 개발이 중요하긴 하지만 체제 유지는 훨씬 더 중요하다. 이제 그들은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하면 남한 정부에게 조건 없는 지원을 그대로 제공하도록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측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한의 민주 정치와 시장 경제의 약점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다. 민주국가인 남한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되면 이 정책이 바뀌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한 국민 대부분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남북의 통일이나 북한 국민들의 인권보호가 아니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이며 평화적인 국제 환경이 중요하다. 북한 도발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한반도가 위험한 지역이라고 오판한다면 외국 투자와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남한 경제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을 침략할 능력이 없지만 소규모 도발을 통해서 남한 경제에 손실을 끼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계산으로 남한 주민들이 정부에 북한에 양보하라고 요구할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북한의 벼랑 끝 외교를 알면 나중에 발생할 일이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남측이 곧 굴복하지 않으면 북한과의 대립이 더욱 첨예화 돼 서해에서의 해군 공습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사건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경제 압력은 특권계층보다 일반 사람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방법인데 효율이 별로 없다. 전체 북한 인구의 2~3%에 불과한 정치엘리트는 서민들의 생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북한이 흉년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식량 원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한국의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 새 정부는 압력에 굴복해서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재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북한은 얼마 동안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단기적으로 안정이 온 것 같은 착각을 주겠지만 북한에 협박과 도발이 효율적인 정책이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과 북이 악순환을 계속할 것을 의미한다. 대북지원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측에 아무 조건 없이 돈과 식량을 주는 것은 100여 만명을 아사(餓死)시킨 체제를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대북 지원은 김정일과 그 측근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보다 일반 사람들을 구원하고 북한 경제의 재생을 위한 기반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제공할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19527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