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한경에세이] 100세를 위하여 / 남유선 (법) 교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데이터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OECD 평균 78.9세를 0.2세 상회하는 79.1세인 것으로 보고했다. 또 국내 보험회사의 연금지급 평균여명 산출에서는 100세를 훌쩍 넘는 연령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평균수명 증가 배경에는 소득 향상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과 생활양식 변화,건강 증진을 위한 투자 증가,건강보험 급여 확대에 따른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효율성 개선 등이 있다고 한다. '100세'.보릿고개와 열악한 의료환경을 경험한 분들 입장에서는 꿈처럼 느껴질 수 있는 숫자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학생들의 직업 선택을 위한 진로 상담 때마다 인간의 수명 연장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등 인생에 있어서도 수차례의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해 주곤 한다. 현대산업사회의 신소비계층으로서 높은 경제력과 생활수준을 갖춘 '열정적 시니어'의 등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가?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쉽게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주름과 흰머리의 노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이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다. 필자는 그런 편안함과 여유가 어디서 올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먼저 그러한 국가들은 자체의 연기금 조성과 기금의 투명한 운용을 통해 일정 수준의 연금지급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또 골프장이나 음식점 등의 '시니어요금제'다. 골프장의 경우,우리나라 이용요금의 10% 수준으로도 필드에서의 하루를 신선한 공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우대요금을 적용받아 통상 가격의 50% 내외만 지불하면 된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감면을 두고도 부담스러워하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멀고도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보험은 젊은 시절 고된 노동의 대가를 노후에 보장해 주는 최소한의 제도 정착을 통해서 이루어지리라.그렇게 되면 퇴직 이후를 불안해하고,일자리 찾기에 급급해 무리한 행보를 해야 하는 퇴직예정자증후군(?)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안정된 노후생활이 담보된 사회 전체의 고문인 그분들로부터 삶의 지혜와 노하우를 풍부히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시아버님,친정아버님과 운동하기로 골프장에 예약했다. 언젠가는 우리 부모님께도 시니어요금이 적용될 날이 오리라 기대하면서.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15&aid=0001989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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