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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이후 평균 키 ‘180㎝’… 1㎝ 커질때마다 드라이버 거리 ‘0.32m’↑[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 골프와 키

 

근대초기엔 평균적인 체형을
종목 안가리고 ‘이상형’으로

 

2000년대 우즈로 인기 오르자
신체 조건 좋은 선수들 몰려

 

키 크고 팔 길면 ‘장타’ 유리
허리 구부러져 하체는 불안정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한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그림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an)’은 커다란 원과 사각형 안에 나신의 한 남자가 양팔과 두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다. 바로 로마시대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주장한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신체에 이상적인 비율과 형태가 존재하리라는 믿음은 20세기 초까지 계속됐다. 과학자들은 모든 인간을 형태와 크기순으로 배열하면 종 모양의 정규 분포를 이룰 것이며, 이때 전체의 평균에 해당하는 중간 크기의 몸이 가장 완벽하고 균형 잡힌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주장에 영향을 받아 근대 초기만 해도 스포츠계에서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평균적인 몸이 모든 스포츠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체형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모든 종목의 선수들은 키와 몸집이 고만고만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평균적인 몸을 가진 선수가 가장 완벽하다는 생각은 점차 바뀌었다. 종목별로 드물고 희귀하지만 가장 적합한 체형으로 각기 분화됐다.

 

예를 들어, 투포환 선수는 높이뛰기 선수보다 평균 6.4㎝ 더 크고 95㎏ 더 무겁다. 여자 체조선수들의 키는 지난 30년간 평균 160㎝에서 145㎝로 줄어든 반면, 농구 선수들은 훨씬 커졌다. 1946년에는 키가 213㎝를 넘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으나 지금은 11%나 된다.시간에 따라 종목별로 키와 몸무게가 점차 바뀌는 모습을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내면 마치 빅뱅 이후 서로 멀어져 가는 은하의 모습과 유사해 스포츠계에서는 이를 ‘체형의 빅뱅’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골프는 어땠을까? 골프도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평균적인 체격의 골퍼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진 사라젠, 보비 존스, 벤 호건(이상 미국)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퍼들의 키는 170㎝ 남짓이었다. 당대 최고의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정도가 180㎝였다.

 

2000년대 들어 타이거 우즈(미국)의 등장으로 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골퍼들은 더 커지고 더 강해졌다. 골프대회 상금 규모가 4∼5배로 커지자 예전 같았으면 야구, 농구 등 다른 인기 종목으로 갔을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골퍼의 평균 키는 180㎝까지 늘었다.

 

골프에서 큰 키와 덩치는 분명 이점이 있다. 키가 크고 팔이 길면 자연스레 스윙 반경도 커져 더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다. 또 휘두르는 골프 클럽보다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지면 반력 역시 커져 더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모두 장타를 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미국 기반의 PGA투어와 유럽 기반의 DP월드투어의 통계에 따르면 골퍼의 키가 1㎝씩 커질 때마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0.32m 더 늘어난다.

 

하지만 키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키가 크면 그만큼 팔도 길어져 공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아이언 클럽 간 길이 간격은 보통 0.5인치(1.27㎝)다. 하지만 두 클럽 차이만 나도 훨씬 다루기가 어려워 샷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뿐 아니라 키가 클수록 셋업 때 무릎과 허리를 더 많이 구부리기 때문에 하체의 불안정성이 커져 스윙이나 퍼팅의 일관성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올 시즌 LPGA에 데뷔하는 독일의 헬렌 브림은 키가 191㎝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데뷔해 시즌 2승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일본의 야마시타 미유는 고작 150㎝에 불과하다. 키 차이가 무려 41㎝나 되는 두 선수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나란히 퀄리파잉(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할 만큼 실력도 탁월한 두 사람이 올 시즌 과연 어떤 성적을 올릴지 벌써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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