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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이원덕] 아소 對 오자와 / (국제학부) 교수

후쿠다 야스오의 갑작스러운 총리직 사의 표명으로 찾아온 일본 정국의 혼미 상황은 일단 구원투수 아소 다로의 등장으로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아소가 이번에는 다른 후보들을 가볍게 제치고 자민당 총재와 내각 총리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아소 내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국의 앞날은 당분간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달 후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아소가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의 총리직은 단숨에 날아갈 것이다. 아소 정권은 다가오는 총선을 치르기 위해 자민당이 위기관리 측면에서 내세운 과도적 내각이다. 총선용 단명 총리 될 가능성도 아소 총리는 총선에서 오자와 이치로가 이끄는 민주당과 일대 결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야말로 자민당과 민주당이 명운을 걸고 임하는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획득했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는 단독 과반수는커녕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힘을 합해도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난국에 처했다. 반면 꾸준하게 수권 능력을 키워오며 지지층을 확대해온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자민당 장기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선거에서 당의 얼굴을 누구로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어 왔다. 후쿠다의 전격 사임과 자민당 총재 선거, 그리고 아소의 등장이라는 일련의 깜짝쇼를 연출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낸 것은 자민당의 총선 전략에 다름 아니다. 아소는 다소 돌출적이고 신중치 못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아소가 당내 큰 파벌의 영수도 아니고 숙련된 정책통도 아니면서도 자민당 총재로 뽑히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오자와는 1990년대 초 자민당의 황태자로 일컬어질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非)자민 정권 수립의 꿈을 품고 자민당을 탈당한 풍운아적 정치인이다. 오자와는 자민당 우월 지배 체제를 극복하고 정권 교체가 가능한 양당 정치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며 야당 세력 재건에 진력해왔다. 그는 이번 선거야말로 자신의 이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며 정치 생명을 건 마지막 투쟁으로 간주하고 있다. 권모술수에 능한 노회한 정치인 이미지로 말미암아 국민적 인기는 높지 않지만 그가 이끄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 하나의 주목 포인트는 이번 선거가 일본 정계 재편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일본 정치 혼란과 불안정의 기본 요인은 참의원과 중의원의 의석 분포 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다. 참의원에서 자민당의 수적 열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사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수를 획득한다 해도 정국을 안정적으로 주도하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반면 민주당이 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하여 단독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선거 후 이합집산이 정권 결정 그렇다면 총선 후에도 일본 정국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수파 공작을 통한 연립정권의 수립을 위해 정당 간, 정파 간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자민당이든 민주당이든 패배하는 정당은 당의 분열이나 구심력 저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총선의 쟁점은 경기 대책, 격차 문제, 재정, 연금, 복지 정책 등 국내 사회·경제 정책이 핵심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외교 안보, 한·일 관계 등의 대외 정책 이슈는 선거 쟁점에서 한참 밀려 있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과 더불어 이번 일본 총선은 남의 집안일일 수는 없다. 이원덕(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5&aid=000033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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